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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끼리 뭉치고, 재정지원사업 목매고…대학가 생존 몸부림

[大入학생절벽시대②]국립대 연합체제·서울총장포럼 등
재정지원사업따라 움직이는 대학…'학위 장사' 비난도

(서울=뉴스1) 김현정 기자 | 2016-08-18 09:30 송고
편집자주 저출산 여파가 곧 대학에도 들이닥친다. 당장 2019학번 신입생부터 학생보다 대학정원이 더 많은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2020년이면 고교 졸업자 수 자체가 더 적은 '절벽' 시대로 접어들고 2023년엔 10만명이나 부족하게 된다. 학령인구 절벽 시대를 앞둔 우리 대학의 현실과 고민, 대안을 5회에 걸쳐 짚어본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에 대한 입장, 교육부 공개 질의 기자회견'에서 대학생 네트워크 '모두의 대학' 소속 대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 News1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에 대한 입장, 교육부 공개 질의 기자회견'에서 대학생 네트워크 '모두의 대학' 소속 대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 News1
저출산 여파로 학령인구가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대학의 중요한 재정수단 중 하나인 등록금은 최근 6년간 동결과 인하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그마저도 입학생 감소로 수입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여러 곳의 지역 거점 국립대가 하나로 뭉친 '국립대 연합 체제'나 서울소재 사립대 모임인 '서울총장포럼'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현 대학의 위기 상황을 각자 공감하는 만큼 함께 모여 자구책을 찾아보자는 의미에서다.
한편에서는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목을 매는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대학 수익을 늘리고 지원금으로 교육의 질을 향상시켜 구조개혁의 칼날을 피해보자는 것인데 학내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뭉쳐야 산다"…대학 간 연합체계 형성

최근 부산대를 비롯한 전국 거점 국립대는 지역별로 '국립대 연합체제' 구축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입학생 감소 여파를 가장 크게 체감하는 지방에 있는 대학들이 내놓은 해결책이다.
각 지역에 있는 대학들이 저마다 가진 특성화 분야를 다른 대학과 교류하고 추후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하나의 대학으로 통합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자체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대학 몸집 줄이기'를 본격화하는 시도인 셈이다.

부산 지역은 전호환 부산대 총장을 필두로 국립대 연합체제 논의가 가장 활발하다. 부산대 관계자는 "6년 뒤 2023년에는 학령인구 감소로 국립대 2개 중 1개는 없어지는 상황이 된다"며 "지금 체감되는 부분은 없지만 대학의 위기가 곧 다가올 것으로 판단해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각 대학이 특성화 분야로 예산지원 받을 수 있는 규모가 2000억~3000억원정도인데 4개 대학이 연합하면 1조원 규모가 모이게 된다"며 "부산지역의 특성화 분야 중 하나인 해양 분야에 이 예산을 몰아준다고 가정하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같은 취지에서 서울소재 26개 사립대 총장들의 모임인 '서울총장포럼'도 지난해 출범했다. 지방 국립대와 경인지역 대학들이 협력 체계를 구축하자 서울소재 대학만 소외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발족했다는 후문이다.

이들 대학은 학점교류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것이 특징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로 이동해서 정규·계절학기를 듣고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전임교원, 강의실 등 새로운 강의를 개설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 부담이 사라지고 학생들의 강의 선택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 입장에서 이점이 많다.

하지만 연합체 형성을 석연치 않게 받아들이는 대학도 적지 않다. 특히 거점 국립대가 아닌 지역 중소 규모 대학 입장에서는 그동안 발전시켜온 특성화 분야가 무시된 채 거점 대학에 흡수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남지역 A국립대 교수는 "국립대 연합체도 결국 대학구조개혁을 우회해서 추진하는 하나의 방안"이라며 "개별 대학의 자발적인 발전 계획이나 특성화분야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연합을 추진한다면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재정지원사업에 목매는 대학들

"몇 년째 등록금은 동결인 상태인데 교수 충원 등 대학 운영비용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구성원과의 마찰이 예상돼도 정부 사업을 따내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든 지경입니다."

서울 성북구 소재 한 사립대 총장의 하소연이다. 등록금은 지난 6년간 동결된 상태지만 대학의 통폐합을 유도하는 정부 구조개혁으로 사립대의 정원은 더 줄어들었다. 전국 대학의 모집정원은 지난 2014학년도 53만8522명에서 2017학년도 50만8264명으로 3만명이 줄었다. 호남권 대학에서는 3년 새 5607명이, 영남권 대학에서는 1만1389명의 정원이 줄었다.

등록금 수입 감소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이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목을 매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전임교원확보, 장학금 지급률 상향 조정 등 구조개혁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재정 상황은 열악하기 때문이다. 결국 예산을 지원받기 위해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 방향에 따라가야만 하는 것이다.

쟁쟁한 대학들이 앞 다투어 재정지원사업에 도전해 경쟁도 치열하다. 산업 수요에 맞게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프라임사업'은 공모 당시 75개 대학이 지원해 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산학 협력 선도 전문대학을 육성하는 'LINC사업'은 사업 첫해에 수도권 지역 경쟁률이 3.4대 1로 나타났다. 'ACE(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사업'의 경우 총 69개 대학이 신청해 경쟁률이 23대 1에 달하기도 했다.

정부가 내놓는 각종 사업방향에 맞춰 학사 개편을 추진하다보니 대학이 중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수립할 수도 없다. 일반적으로 사업계획발표부터 선정까지 2~3개월 안에 끝나기 때문에 사업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사업 지원을 위해 준비하는 등 일관성 있게 특성화분야를 키우기 힘든 상황이다.

서울 A사립대 총장은 "정부재정지원사업에 목을 매는 대학이 늘면서 다른 대학은 어떤 사업에 지원할지, 이를 위해 어떤 투자를 하고 있는지 거의 '산업 스파이' 수준으로 정보를 얻어내려 애쓰고 있다"며 "아예 재정지원사업을 전담하는 교수들의 조직을 만들어 아이디어 등을 체계적으로 구상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사업에 따라 움직이다보면 대학이 '학위 장사'를 하려한다는 비난이 속출하기도 한다.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과 '인문역량강화 사업'에 모두 선정된 이화여대의 경우에도 이번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추진으로 큰 내홍을 겪었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이 자발적으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평가로 차등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기본적으로 지급하는 일반 재정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특수목적 사업 역시 졸속적으로 추진해서는 특성 분야를 육성하려는 정책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어 사업을 일관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대학만 선정하는 등 지원 방식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hjkim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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