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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총장 수난시대…일방적 재정지원사업 제동 걸리나

이대에 이어 중앙대 교협 "총장 불신임 투표 추진"
"교육부 '돈줄' 쥐고 사립대 통제…성과주의 팽배"

(서울=뉴스1) 김현정 기자 | 2016-08-08 17:25 송고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본관을 점거 중인 학생들과 대화를 시도하던 중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뉴스1 DB ⓒNews1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본관을 점거 중인 학생들과 대화를 시도하던 중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뉴스1 DB ⓒNews1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으로 불거진 이화여대 사태가 '총장 사퇴' 요구로 번지는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그간 일방적으로 추진된 대학 재정지원사업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대학 본부가 주도하는 일방적인 사업 추진도 문제지만 '돈줄'을 쥐고 사립대학을 통제하려 한 교육부 정책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8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 재정지원 사업 추진 등으로 촉발된 '총장 불신임 사태'가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이화여대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계획을 철회했으나 총장 사퇴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비민주적인 학교운영과 경찰의 학내 폭력진압사태에 대해 책임자인 최경희 총장은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9일 오후 3시까지 사퇴하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중앙대 교수협의회는 다음달 중으로 김창수 총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지난 5월 탈락한 프라임사업(산업연계교육활성화 선도대학)의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이강석 중앙대 교수협의회장은 "계획서가 부실해서 프라임사업에 선정되지 못했다고 들었다"며 "구성원 사이에 충분한 합의 없이 사업을 추진했지만 결국 탈락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부분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 재정지원 사업 지원을 놓고 학내 구성원과 대학이 마찰을 빚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프라임 사업 지원을 앞두고 구성원의 합의 없이 학사구조 개편을 실시한 이용구 전 중앙대 총장도 교수들의 신임을 얻지 못해 결국 사퇴한 바 있다.

인하대에서도 프라임 사업 탈락 후 최순자 총장의 거취문제를 놓고 구성원들의 반발이 일었다.

이렇듯 총장이 일방적으로 재정지원사업을 밀어붙이는 데에는 사업 선정과정이 너무나 촉박한 일정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라는 점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사업은 기존 사업이든 신규 사업이든 기본적으로 사업공고가 난 뒤 2~3개월 안에 신청서를 내야 한다. 대학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일인 것에 비해 사업 신청 기간은 너무 짧아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대 사태로 논란이 된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도 올해 1월 공고 후 두 달이 지난 3월 참여 대학을 선정하려 했다. 하지만 목표에 미달하자 5월에 다시 추가 선정 공고를 내고 7월 최종 선정 대학을 발표하는 등 촉박한 일정으로 진행됐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 재정지원사업이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유는 성과 주의적 측면이 강하다"며 "교육부에서는 2023년까지 대학입학 정원을 16만명 줄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사립대의 경우 일방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라고 이야기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결국 정원 감축을 강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재정지원사업' 밖에 없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돈줄을 쥐고 사립대학에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재정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총장 입장에서는 구성원의 반발이 예측되지만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A대학 교수는 "고작 몇 개월의 시간동안 추진할 수 없는 일을 교육부가 요구한다"며 "재정지원을 필요로 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유혹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단기적인 업적을 성취하기 위한 '업적주의'적인 교육 정책에 영합하려는 사립대 총장들로 인해 대학 교육의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대학 구조개편 정책을 수립할 때에는 대학 교육을 맡고 있는 전문가들과 장기적으로 논의해 합의점을 찾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대학 총장들이 교육부의 잘못된 정책에 맞서 한 목소리로 문제제기를 하거나 구성원의 합의 없이 일방적인 사업 추진은 어렵다는 의사를 피력해야 한다"며 "현재는 그런 측면이 전혀 없다보니 이 과정에서 학생들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hjkim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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