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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의혹'에 예술계 집단반발 확산…1인 시위 릴레이(종합)

'예술위 센터 공연방해'…센터 앞 1인 릴레이시위 연극인 50여 명 자발적 참여
국악원 '박근형 배제 요구', 정영두 현대무용 안무가 등 1인 릴레이시위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5-10-30 19:08 송고 | 2015-10-31 08:14 최종수정
정영두 현대무용 안무가가  30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박정환 기자  © News1
정영두 현대무용 안무가가  30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박정환 기자  © News1

정부 산하 예술지원 기관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일부 예술인들의 공연을 방해하거나 배제했다는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1인 시위 릴레이가 벌어지는 등 예술계의 집단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의혹을 받는 기관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센터장 유인화)와 국립국악원(원장 김해숙)이다. 우선 일부 연극인들이 센터 측에서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연극 내용으로 인해 공연을 방해받았다고 지난 28일 주장했다.
또 전작'개구리'에서 전직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좋은 점수를 받고도 예술위 지원사업에서 빠졌던 연출가 박근형이 최근 다시 국악원 공연에서도 배제된 사실을 정영두 현대무용 안무가가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상에 알렸다.

이로 인해 여러 예술인은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과 종로구 대학로 씨어터카페 앞에서 진상 규명과 기관장의 사퇴 및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학로에서는 1인 릴레이시위 첫날인 30일 50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국악원에서는 지난 29일 의혹을 최초로 공개한 안무가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예술인들은 이들의 릴레이 1인시위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개인페이지와 그룹에 공유해 게시하는 방식으로 '정치 검열' 의혹에 대해 깊은 관심과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관련기사
-'공연방해' 의혹 예술위 센터 간부 "보직 사퇴하겠다"
-연극인들 "예술위 공연센터 '세월호' 내용 이유로 공연 방해" 주장
-'예술위 정치검열' 논란 연출가 박근형, 국악원 공연서도 배제

◇국악원, '연출가 박근형' 공연 배제 요구

우선 국악원이 '문화예술위원회의 정치검열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연출가 박근형을 자체 기획공연 '금요공감'에서 빼려고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형은 지난 9월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던 '전작에서 전직 대통령을 비하했던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에서 배제됐다'는 의혹의 당사자다.

이로 인해 '특정 예술가에 대한 공공기관의 지속적인 정치검열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국립국악원의 다른 공연에 출연하기로 했던 정영두 안무가가 공연을 거부한 후 1인 시위를 벌였다. 또 금요공감 담당 김서령 예술감독이 항의 차원에서 사퇴하는 일도 발생했다.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국립국악원(원장 김해숙)은 오는 11월 6일로 예정된 금요공감 프로그램인 '소월산천' 협업공연을 맡은 국악연주단체 '앙상블 시나위'에게 극단 골목길(예술감독 박근형)이 맡은 연극 부문을 빼고 공연을 재구성해달라고 요구했다.

박근형은 문화예술위원회가 진행하는 '2015 창작산실-우수 공연작품 제작 지원' 사업에서 그의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선정됐지만, 과거 작품에서 전직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자진사퇴를 강요받았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로 인해 지난 9월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다.

국악원은 지난 24일 국악연주단체 '앙상블 시나위'에게 '공연장인 풍류사랑방이 연극 공연에 어울리지 않고 작품의 완성도에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소월산천'에서 연극 부문를 빼고 앙상블 시나위와 기타리스트 정재일의 연주만으로 공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올해 금요공감 풍류사랑방 무대에는 제51회 동아연극상 3개부문(새개념연극상, 신인연출상,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은 '판소리 단편선_주요섭<출몰/살인>'이 지난 4월 17일에도 공연된 바 있다.

이런 점 등을 감안한 '앙상블 시나위'는 국악원의 요구를 거절하고 '소월산천'공연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정 안무가는 1인 시위 도중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니까 다들 둔감해져 간다"며 "국악원 측의 재발 방지 약속과 책임 있는 사과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술위 검열논란으로 인해 심신이 지친 박근형 연출가에게 또다시 이런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현 정부와 국가기관들이 국민과의 소통을 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강요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예술가들을 얼마나 집요하게 탄압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김서령 예술감독 역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짐작이 가지만, 예술가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아야 하는지 안타까운 일이다"고 했다.

국악원은 인터넷 페이스북 국립국악원 공식페이지에 "공연장의 특성에 적합한 프로그램의 제작 협의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예술가를 향한 정치적 탄압이나 예술창작행위에 대한 검열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연극인 50여 명이 3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 News1

◇한국공연예술센터, 연극 '이 아이' 공연 방해 의혹

또 공연예술센터는 연극 '이 아이'가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지난 18일 공연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유인화 센터장이 직원들과 함께 연극 '이 아이' 공연을 위해 치워놓은 테이블과 의자를 원상 복귀시켰고, 담당 실무책임자 A씨는 연극이 시작했음에도 큰소리를 지르고 관객과 언쟁을 벌여 공연을 지연시켰다. A씨는 논란이 계속되자 사과와 함께 담당 보직에서 사퇴하겠다고 30일 밝혔다.

연극인 50여 명은 그러나 이날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앞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해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유 센터장이 공연 장소에 나와 테이블까지 직접 나르고 공연장 유리벽 바깥에서 진행 상황을 지켜봤다는 목격자들이 많다"며 "기관장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할 문제를 직원 개인의 우발적 문제로 축소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팝업시어터는 센터에서 선정한 10개 단체가 지난 17~18일과 24~25일 4일에 걸쳐 대학로예술극장1층 카페, 혜화역1번출구 건널목 등 서울 대학로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공연한 프로그램이다.

연극'이 아이'는 프랑스 극작가 조엘 폼므라(Joel Pommerat)의 동명 희곡을 김 씨가 각색해 올린 작품이다. 김 씨는 원작에서 '캠핑을 떠난 아들'을 세월호에 탄 단원고 학생들처럼 '수학여행을 간 아들'로, '파란 잠바를 입고 있는 아이들'을 단원고 학생들이 많이 입고 있었던 아웃도어브랜드명을 넣어 '노스페이스를 입고 있는 아이들'로 고쳤다.

A씨는 논란이 일자 "당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공연 기간이라서 담당자와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관해 이야기했을 뿐"이라며 '연극이 세월호 관련 내용인 것을 대화로 확인했다'는 김 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김 씨와 함께 팝업시어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연극인 송정안·윤혜숙 씨는 지난 20일 센터 팝업시어터 담당자가 연극 '이 아이'와 관련한 설명을 듣고 나자 자신들에게도 창작극 대본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센터에 대한 항의와 김 씨의 주장에 동조하는 차원에서 지난 23~24일 예정됐던 자신들의 공연을 거부했다. A씨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공연 대본은 지난 9월 이들을 섭외할 때부터 요청했다"며 "대본 제출이 늦춰져 재차 요구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예술위 관계자는 "공연장이 아닌 공간에서 기존 시설을 유지한 채로 깜짝 공연을 벌이는 것이 팝업시어터의 취지"라며 "사업 목적에 어긋나게 기존 시설을 공연장처럼 변경해서 취한 조치인데 논란이 확대해석돼 아쉽다"고 말했다. 또 A씨의 사퇴 의사 표명에 관해서는 "진위 파악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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