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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 당선무효형…다시 패닉에 빠진 서울교육청

공정택·곽노현에 이어 직선제 교육감 중도퇴진 수순…혁신학교 등 정책차질 불가피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2015-04-23 22:33 송고 | 2015-04-24 07:13 최종수정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밤 서울중앙지법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밤 서울중앙지법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59)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법원이 23일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하자 서울시교육청은 '설마가 현실이 됐다'며 충격에 휩싸였다.

서울교육청 직원들은 조 교육감이 앞으로 정상근무는 하겠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사실상 '식물 교육감'으로 전락했다며 취임 후 추진 중인 정책들이 추진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공정택, 곽노현 전 교육감에 이어 직선제로 뽑힌 교육감의 지위가 또 다시 흔들리면서 보수진영이 추진하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 움직임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밤 10시경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는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 유죄 평결에 따라 조 교육감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조 교육감은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또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33억여원의 선거비용도 반환해야 한다.
퇴근 이후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한 서울교육청 직원들은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겉으로는 비교적 차분하고 조용한 반응들이었지만 내심 충격은 적지않아 보였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이라는 특성상 판결 결과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말을 아끼는 분위기"라면서도 "골치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누가 되든 교육행정을 안정적으로 끌고 나가야한다"며 "조 교육감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은 직원들도 수장이 다시 바뀌는데 대한 불안과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이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2009년 공정택, 2012년 곽노현 전 교육감에 이어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 퇴진하는 세번째 서울 교육 수장이 된다.

또 다른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기운 빠지는 소식으로 안타깝고 답답하다"며 "서울교육의 현안이 어떻게 흘러갈지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미 주요 시책 등에 대한 예산 편성 등이 마무리된 만큼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직원들은 리더십 부재에 대한 트라우마를 다시 떠올리면서 일손이 잡히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번 판결로 조 교육감이 추진 중인 정책들이 추진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교육계 인사는 "조 교육감은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사실상 식물 교육감 상태로 지낼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책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조 교육감에 대한 법적 심판은 앞으로 2심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심이 남아있다. 하지만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아 서울교육 수장으로서 권위에 흠집이 난 데다 재판과정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업무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루한 법정싸움을 전개하는 동안 진보교육감의 공동 아이콘인 '혁신학교', 국내 첫 고교 자유학년제 프로그램인 '오디세이 학교', 서울외고·영훈국제중 지정취소, 누리과정 예산 지원 등 각종 현안은 추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사후 매수 혐의로 기소돼 2012년 9월 징역 1년의 확정판결을 받아 임기 3년 차에 당선무효가 된 곽노현 전 교육감도 핵심적으로 추진했던 서울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설립, 무상급식 확대 등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뒤집힌 바 있다.

일종의 '학습효과'의 영향으로 교육청 내부에서도 조 교육감에 등을 돌리는 기류가 형성될 수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담당자가 대놓고 교육감의 지시를 거부할 수는 없으나 예산 지출이나 대상 선정을 놓고 원리원칙을 고집하면서 시간을 끌수 있다"며 "위에서의 오더가 실무진에 먹혀들지 않을수 있다"고 점쳤다.

이 관계자는 "공무원은 정책 집행에 대한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만큼 언제 바뀔지도 모르는 수장의 명령을 곧이곧대로 따르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무튼 이번 판결로 서울교육의 방향이 중대 기로에 서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각에선 보수진영에서 밀어부치고 있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힘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교육감의 거취로 인해 교육 현장에 혼선을 빚는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선출 시스템이 근본적인 수술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헌법재판소에 교육감 직선제 위헌 헌법소원을 제기해놓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김동석 대변인은 "교육감 선거는 막대한 선거비용과 선거운동을 개인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구조로 인해 비리와 부정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번 판결은 조 교육감 개인의 유죄일뿐만 아니라 직선제 자체에 대한 유죄"라고 주장했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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