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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취업보다 '나만의 길' 찾는 20대의 반란

공동체 주택, 위안부할머니 돕는 대학생단체, 스포츠댄스 등 내 꿈 꾸는 20대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정재민 기자, 박승주 기자 | 2015-02-17 14:58 송고 | 2015-02-17 15:12 최종수정
'열정 페이, 취준생…'

어느샌가 20대 청춘을 상징하는 단어는 이 사회의 그늘과 맞닿아있다. 젊음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힘겨움의 또다른 이름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상식을 깨고 다른 길을 걷는 이들도 있다. 한숨 쉬고 눈물 짓는 대신 즐거움과 꿈을 위해 고생길을 자초한 청춘들이다.
같이 사는 친구의 코골이도, 불투명한 미래도 괜찮다는 이들이 즐겁게 사는 비결은 무엇일까?

◆ 민달팽이집 조합원…"공동체가 제일 우선"

'집은 사야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하고 자신만의 독립적인 공간을 갖고 싶어하는 20대가 늘어가는 가운데 집을 공유하고 나누려는 특이한 20대 청년들이 있다.

비영리 주거모델을 실현하기 위해 결성된 민달팽이유니온의 조합원 13명은 지난해부터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있는 '민달팽이집 2호'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남가좌동에 집 2채를 빌리면서 시범운영된 민달팽이집 1호에는 현재 2명이 살고 있다. 같은해 12월 2호집이 들어선 건물의 전 층(한 층 면적 50㎡)을 임차하면서 그 규모가 커졌다.

"주변에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요즘 애들은 같이 모여서 못산다'는 말을 자주 들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들의 생활은 한 마디로 따뜻했다.

우선 차별이 없다. 민달팽이집 입주 조건은 오직 나이다. 20세부터 39세 사이라면 누구나 입주가 가능하다. 2인1실은 보증금 60만원에 월 23만원, 1인1실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 38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민달팽이 유니온 조합원 임소라(왼쪽), 위민진씨. /뉴스1 © News1 윤혜진 기자
민달팽이 유니온 조합원 임소라(왼쪽), 위민진씨. /뉴스1 © News1 윤혜진 기자

임소라(31·여)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경영지원팀장은 "예전에는 소득, 거주지역, 가계 형편 등을 따졌지만 현재는 초반의 취지같이 '차별없는 주택'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물론 여럿이 살다보니 갈등도 생긴다. 이럴 때 그들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

조합원 위민진(25·여)씨는 "코골이가 심한 친구가 혼자서 끙끙 앓다 민달팽이집 식구들과 같이 얘기를 나눴다. 결국 잠귀가 어두운 룸메이트가 있는 방에 들어가기로 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웃었다.

규칙은 따로 없지만 상식적으로 행동하면 된다. 다만 문제가 생기면 숨기지 않고 다같이 해결하고자 노력하는게 키 포인트다.

민달팽이집은 무엇보다 공동체 유지를 강조한다. 임실장은 "일부 셰어하우스는 비어있는 방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아는데 우리는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 공동체 관리에 가장 신경을 쓴다"고 밝혔다.

위씨는 "민달팽이유니온이라는 단체를 넘어 지금 살고 있는 마을을 위해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며 "1층에 있는 그네와 책장을 동네 사람들과 공유한다든지, 집 왼편에 있는 빈공간을 이용해 파티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세상을 바꾸기 위해 뭉친 그들 "클럽과 또 다른 즐거움이죠"

함께 뭉쳐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며 즐거움을 찾는 20대가 있다.

매주 수요일 위안부 할머니들의 시위를 돕고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1년에 한 번 콘서트를 여는 대학생 연합 단체 평화나비네트워크와 알바생의 노동 가치와 권리를 주장하는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이다.

평화나비네트워크는 한 대학교 동아리에서 시작해 서울 시내 대학 연합 단체로 활동한지 2년 만에 '전국구 단체'로 성장했다. 전국 각지 대학생들이 열정 하나로 서울에 올라와 활동 방법을 배우고 내려가 행동한 결과다.

평화나비네트워크 소속 서포터즈 (평화나비네트워크 제공) /뉴스1 © News1
평화나비네트워크 소속 서포터즈 (평화나비네트워크 제공) /뉴스1 © News1

김샘 대표는 "우리 활동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4월에 있을 평화나비콘서트 서포터즈 모집에 작년보다 2배 많은 인원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스펙이라는 목적이 없다면 유서 깊은 동아리조차 살아남기 힘든데 놀라운 현상"이라며 "누구나 대학생으로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은 열망이 있는데 그동안 이를 집중시킬 의제와 콘텐츠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단체 내 각 지부와 팀들의 활동도 적극적이다. 김 대표가 "팀원들 사이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 이걸 실현시킬 재정이 부족한게 안타깝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광복 70주년 3·1절 퍼레이드에는 각시탈을 써볼까 한다"며 "4월에 있을 콘서트 역시 학교 축제처럼 부스를 설치해 각 학교 동아리를 채워넣는 방식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알바생의 노동 가치와 권리를 주장하는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은 최근 맥도날드 규탄 시위에서 가이포크스 가면을 쓴 채 엠프를 담은 카트를 끌며 시위를 했다. 

가이포크스 가면은 1605년 영국 웨스트민스터 궁전을 폭파하려던 화약음모사건에 가담했던 가이포크스를 비현실적으로 표현한 가면으로 2005년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한 이후 저항 운동을 표현하게 됐다.

조합원 박모(22·여)씨는 "노래를 크게 틀고 춤 비슷한 몸짓을 하며 신촌을 활보할 때는 정말 집회를 즐기면서 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시민들도 호기심을 갖고 꽤 즐기는 것 같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다른 한 조합원은 "당연히 재미로 따지면 시위보다 클럽이나 노래방이 더 재밌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우리는 행동을 통해 주변이 조금씩 바뀌고 내 편이 있다는 사실에서 클럽과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 나만의 길 개척하는 청춘…"내가 즐거운 일 해 감사"

신나는 공연을 선보이는 이현경(27·여)씨 /뉴스1 © News1
신나는 공연을 선보이는 이현경(27·여)씨 /뉴스1 © News1

높은 연봉과 대기업 대신 꿈을 이루기 위해 나만의 길을 개척하는 청춘도 있다.

공연배우 이현경(27·여)씨는 초등시절부터 춤에 관심이 많아 스포츠댄스를 배웠다. 중학교에서는 자신이 직접 댄스 동아리를 만들고 대학 때는 댄스를 전공으로 삼았다. 대학시절 '블랙드럼'이란 댄스팀에 들어가 '2008 베이징올림픽', '2010 상하이엑스포'에서 축하공연도 했다.

그는 친구들이 취업의 길로 가는 순간에도 끝까지 춤을 고집했다. "당장의 돈에 쫓겨 내 꿈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블랙드럼 해체 후 티에스아트컴퍼니에서 댄스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그는 자기 일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얼마라고 말 못할 만큼 만족한다"고 표현했다.

이씨는 "경제적으로 조금 부족해도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즐거운 일을 한다는 것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밝혔다.

사진작가 지원국(29)씨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여행을 다니며 '세상을 담는 사진작가'가 되고자 노력 중이다. 현재 제주도 게스트 하우스에서 스텝으로 일을 하면서 틈 날 때마다 제주도의 풍경을 사진에 담고 있다.

대학시절 우연히 들어간 사진 동아리에서 사진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지난 2012년에 떠난 유럽여행에서 '세상을 담는 사진작가'가 되고자 결심했다. 

지씨는 "누군가가 내 사진을 통해 영감을 얻고 감동을 받을 때 기쁘다"며 "특히 세상을 마주한 채 그 풍경을 담을 땐 내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끝까지 나와 내 사진을 믿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려 한다"며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살아가는 것은 분명 쉽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결실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y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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