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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좋은 일만 해준 대형빵집 규제, 시장 생태계 망쳤다

[빵집 상생, 규제가 답인가①]중기적합업종 지정, 중소프랜차이즈와 외국계만 수혜

(서울=뉴스1) 백진엽 기자 | 2014-10-15 09:00 송고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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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빵집을 하려고 제빵 기술을 배웠는데 막상 프랜차이즈 업체에 문의해 보니 내가 사는 동네에는 근처 전통시장에 빵집이 몇개 있어서 새로 출점하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그렇다고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빵집을 내기에는 초기 투자비용도 크고 리스크도 커서 불가능할 것 같네요."
은퇴후 프랜차이즈 빵집을 하기 위해 기술까지 배운 김모씨(남·62)의 말이다. 그동안 배운 기술이 아깝긴 하지만 프랜차이즈 신규 출점은 어렵고, 그렇다고 개인 빵집을 시작하기는 부담이 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동네빵집을 살리겠다며 빵집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지 20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의 신규 출점은 눈에 띄게 줄었고, 동네빵집은 늘었다. 하지만 매출이 늘었다는 동네빵집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규제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벌 빵집 막기 위해 규제, 오히려 골목빵집 더 피해

빵집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것은 재벌가의 빵집 진출 논란에서 시작됐다. 재벌들이 빵집 사업까지 진출해 골목상권을 파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에 규제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재벌들은 줄줄이 빵집 사업을 포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텔신라에서 운영하던 '아티제'다. 아티제는 재벌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여론과 함께 반기업정서와 맞물리면서 결국 대한제분에 매각됐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동네빵집들에게 악재가 됐다. 대한제분은 지난해 4월 호텔신라로부터 아티제를 인수한 이후 매장을 16곳이나 늘렸다. 매각 직전 25개였던 매장이 현재 41개로 늘었다. 호텔신라가 아티제를 운영할 때는 '대기업이 제빵사업까지 한다'는 여론을 의식해 매장확대에 조심스러웠다. 서울 중심가의 대형 빌딩이나 번화가 정도에만 출점했다.

반면 대한제분의 행보는 거침없다. 대한제분은 재벌가도 아니고 대형 프랜차이즈 규제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제약없이 아티제 매장을 늘릴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호텔신라가 아티제를 계속 운영했다면 확장보다는 질적인 면으로 승부했을 것"이라며 "중견기업으로 넘어간 이후 오히려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규제, 수혜는 골목빵집 아닌 중소 프랜차이즈와 외국계가

게다가 골목빵집을 위해 대형 프랜차이즈의 출점을 규제했더니 그 열매를 중소 프랜차이즈나 외국계 빵집이 가져가고 있다. 신라명과가 운영하는 '브래댄코'는 2013년 한해동안 매장이 19개 늘었다. 이외에도 이지바이, 잇브레드, 인디오븐 등 저렴한 가격을 전면에 내세운 중소 프랜차이즈 빵집이 규제 이후 총 140여개 늘어났다.

정부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되는 외국브랜드 빵집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프랑스계 빵집 브랜드 '브리오슈 도레'는 지난해 12월 1호점을 출점하고 한국 공략에 나섰다. 싱가포르 제과 1위 브랜드 '브레드토크'를 운영하는 브레드토크그룹도 현재 국내 10개인 '브레드토크' 매장을 추가 출점하겠다고 공표했다. 즉 골목빵집을 살리기 위해 만든 규제의 열매를 골목빵집이 아닌 중소 프랜차이즈와 외국계 빵집이 가져간 것이다.

대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로 갔다. 정부 규제 이후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의 신규 출점은 눈에 띄게 줄었다. 파리바게뜨는 규제 이후 27개 매장을 늘려 0.8% 성장하는데 그쳤다. 뚜레쥬르는 규제 이후 매장을 한 곳도 늘리지 못했다. 특히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의 경우 제빵사업으로 큰 기업인데, 단순히 몸집이 크다는 이유로 규제를 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신규 출점이 막히자 창업을 연결해주는 브로커들이 프랜차이즈 빵집에 프리미엄을 얹어 거래하는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익보장을 위해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을 선호하는 창업자들은 있는데 공급이 없으니까 기존 프랜차이즈 빵집이 매물로 나오면 프리미엄이 붙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시장논리에 정부가 무리하게 규제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jineb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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