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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국정원 댓글' 수사로 또다시 내분(종합)

윤석열 팀장 검찰 지휘라인에 항명…업무배제
상부보고없이 국정원 직원 체포·압수수색
해묵은 특수·공안 라인 충돌 분석도

(서울=뉴스1) 이윤상 기자 | 2013-10-18 09:49 송고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지난 6월14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는 윤석열 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 © News1 이광호 기자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또다시 내분에 휩싸였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수·공안 라인 사이의 충돌'이라는 지적과 함께 사실상 '내전'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17일 검찰 지휘라인에 대한 보고를 누락한 채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 3명을 체포·압수수색했다.

또 이들에 대한 조사내용을 바탕으로 18일 오전 상부보고없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정보국장 등에 대한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55)은 사태를 보고 받은 뒤 특별수사팀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55)은 특별수사팀장을 맡고 있는 윤석열 여주지청장(53)을 국정원 사건 재판과 수사 전반에서 배제시켰다.

윤 팀장은 18일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검찰 수뇌부는 이번 사태를 놓고 "검찰 내부 기강을 심각하게 문란케 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윤 팀장의 보고 누락을 검찰 지휘라인에 대한 '항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로 조 지검장은 체포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고 '수사내용을 더 알아보고 숙의를 거쳐 필요한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하자'는 뜻을 수사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팀장은 조 지검장의 결정에 대해 검찰 수뇌부가 사실상 수사확대를 묵살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62·구속) 기소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놓고 충돌했던 검찰내 공안라인과 특수라인이 다시 한번 내분 양상을 보인다는 말도 나온다.

윤 팀장이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고 이를 집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법원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고서도 18일 오전이 돼서야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50)에게 알린 것은 검찰 지휘라인에 대한 불신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윤 팀장은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이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56), 이진한 2차장 등은 공안통으로 손꼽힌다.

검찰내 주요 수사는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의 지휘라인을 거쳐 황 장관에게 보고된다.

윤 팀장은 "수사 기밀 유출을 우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보고누락 배경에는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을 수사하면서 지속적으로 청와대·법무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만큼 '수사 외압'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요청하면서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트위터를 통해 대선·정치 관련 글을 5만5000여차례에 걸쳐 게시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월 원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55)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 등을 놓고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갈등을 겪었다.

수사팀은 원 전 원장 등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54)에게 보고했고 채 총장도 역시 수사팀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법무부와 일부 공안라인 인사는 국정원 심리정보국이 올린 게시글과 댓글의 양 등을 고려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공소시효 만료 직전까지 신병처리 방안에 대한 결정이 미뤄졌고 검찰은 결국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되 구속영장은 청구하지 않는 '절충안'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검찰 일부에서는 윤 팀장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간의 각별한 인연을 사태의 배경으로 꼽는다.

윤 팀장은 채 총장과 함께 주요 특수수사를 함께 진행한 인물이다.

지난해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51)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며 촉발된 검란(檢亂) 당시 채 전 총장은 대검 차장으로 근무하며 한 총장에게 용퇴를 권했고 윤 팀장은 특수통 검사들의 공보업무를 맡았다.

최근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 등으로 청와대와 마찰을 빚은 채 전 총장이 '혼외 아들 논란'으로 물러나자 윤 팀장은 원 전 원장 등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채동욱 찍어내기에 이은 특별수사팀 해체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21일 열릴 서울고검과 관내 지방검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윤 팀장 사태를 놓고 격론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ys2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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