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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혈세 4000억 날린 농식품부의 '적반하장'

지역식품육성사업 부실 연속 보도하자, "취재원 밝혀라" 협박

(서울=뉴스1) 이은지 기자 | 2013-10-03 22:59 송고 | 2013-10-04 05:29 최종수정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News1 허경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지역전략식품산업육성사업'이 부실하게 운영된다는 제보를 받고 기자는 2개월간의 취재를 통해 지난 9월, 사업의 문제점을 5회에 걸쳐 단독 보도했다. 그러자 농식품부는 총 5건의 기사 중 2건의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해왔다.
불편한 심기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국가클러스터사업추진팀 담당 공무원은 기자에게 전화해 "이런 말을 한 취재원을 밝혀라"고 협박했고, 이를 거부하자 "취재원의 음성을 녹음해뒀나? 그러면 정정보도를 요청할테니 그때 녹음한 내용도 같이 밝히면 된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취재원을 공개하라니? 기자에게 취재원 보호는 숙명이다.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워터케이트 사건을 폭로한 기자조차 취재원을 밝히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농식품부는 통상적인 절차도 무시했다. 언론이 정부 부처의 정책에 대해 비판했을 경우 통상적으로 해명자료를 낸 뒤에 추가적으로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해당 언론사에 요청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그런 과정을 생략한 채 다짜고짜 정정보도 공문을 보내왔다. 심지어 지난달 27일 농식품부는 '2014년 지역전략식품산업육성 신규사업단 선정' 관련 워크숍을 열면서 뉴스1 보도를 프린트해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나눠주고 "관련 보도는 허위사실이니 믿거나 동요치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100여명의 참석한 공식 행사에서 보도의 비판에 대해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보도내용 중 극히 일부의 사실관계가 다르다는 이유로 기사를 폄훼한 것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지나친 반응을 보일까.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8년 동안 무려 4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역전략식품산업육성사업'을 진행하고도 단 한차례 의 국민 감시나 언론 감시를 받아본 적이 없다. 이 사업의 지원을 받은 전국의 사업단은 무려 67개로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사람이 수천 명에 이른다. 사업단별로 평균 50억원 이상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다보니 사업단 참가자, 지자체, 정치인 등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의 문제점을 파헤쳐 국정감사에 다룰 것을 검토하던 A지역구 B국회의원조차 지자체 요구로 중도에 포기했을 정도로 막대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업이다.

게다가 농식품부는 오는 2015년까지 5535억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국가식품클러스터사업'에 제동이 걸릴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지역전략식품산업육성사업'은 '국가식품클러스터사업'의 사실상의 사전단계다. 그런데 그 사전단계의 잘못을 지적하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고, 자칫 국회 국정감사에 도마로 오를 경우 파장이 클 것을 우려, 사전 진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농식품부는 기사의 표현을 문제 삼으며 정정보도를 요청했지만 억지주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부실하게 연구보고서를 제출한 대학교수를 두고 '연구비를 챙겼다'고 표현하자 농식품부는 '정식 계약에 의해 체결된 연구 용역비용으로 지불됐다'로 정정할 것을 요구해왔다. 대학교수가 '경산종묘클러스터사업단'의 단장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15건의 연구용역을 독식하고도 보고서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것을 두고 '챙겼다'고 표현한 것이 정정보도를 요청할 만큼 사실을 호도했는지 농식품부에 되묻고 싶다.

농식품부는 '경기막걸리세계화사업단'의 '숨'과 '오늘우리' 막걸리 개발에 20억원을 쏟아부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해당 제품개발비로 2억6000만원이 투입됐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해왔다. 농식품부가 책정한 2억6000만원은 제품 네이밍, 라벨디자인, 용기개발 등 말 그대로 제품제조상 필요한 투자비를 의미한다. 연구용이 아니라 시판을 위한 제품개발인 만큼 연구개발(R&D)비용과 제품의 테스트, 마케팅 비용을 당연히 포함시켜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농식품부는 이런 비용을 전체 제품개발비에서 제외시켜버렸다.

심지어 경기도막걸리사업단의 CEO 연봉이 30% 인상됐다는 보도에 대해 해당 사업단의 사업계획서에는 인상된 것으로 기재됐지만 실제 지급된 연봉은 오르지 않았다며 오보라고 우겼다. 공식문서에 기록돼 있는 내용을 보도한 언론이 잘못한 것인지, 실제 지급된 연봉과 다른 숫자를 공식문서에 기재한 농식품부가 정당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

2개월에 걸쳐 '지역전략식품산업육성사업' 문제점을 취재하면서 사업에 참여한 수많은 관계자들로부터 "사업의 취지는 좋으나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한탄을 들었다. 농식품부 담당 공무원들조차 이 사업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도 건네 들을 수 있었다. 언론보도로 그 부실함이 드러났으니 농식품부는 반성과 대책마련을 고심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지역전략식품산업육성사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한 정부가 2015년까지 5535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국가식품클러스터사업' 역시 실패할 확률이 높다. 1조원에 달하는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지역전략식품산업육성사업'은 물론 '국가식품클러스터사업'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뉴스1은 후속보도를 통해 지속적인 감시를 할 계획이다.


l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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