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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오늘우리''숨'막혀…조용히 사장된 '혈세 막걸리'

막걸리공장 남아도는데 정부예산 28억원 들여 공장설립 강행
농식품부 상황파악도 제대로 못해...막걸리업계 "예견된 실패"

(서울=뉴스1) 이은지 기자 | 2013-09-09 21:59 송고 | 2013-09-10 00:20 최종수정
정부예산 20억원을 투입한 막걸리 '숨'과 '오늘우리'가 판매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사장됐다. © 출처: 경기막걸리사업단 홈페이지



정부 지원으로 출시된 막걸리 '숨'과 '오늘우리'가 제대로 판매도 하지 못한 채 사장된 사실이 뉴스1 취재결과 확인됐다. 제품 개발에 투입된 국민혈세만 20억원에 달한다.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막걸리 특수를 찾아볼 수 없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0일 뉴스1이 단독 입수한 농림축산식품부 내부 평가자료에 따르면 2011년 6억5500만원을 들여 '경기미 숨 막걸리' 제품을 출시했지만 소비자 호응이 전혀 없어 판매가 중단됐다. 이듬해 10억5000만원을 투입해 또다시 고가 막걸리 '오늘우리' 개발이 추진됐지만 출시조차 못하고 사장돼 버렸다. 막걸리업체 관계자는 "대단히 치밀한 제품, 유통, 마케팅 전략으로도 시장 진입이 어려운데 '숨'과 '오늘우리'는 국내 주류시장과 막걸리 시장을 정밀하게 읽지 못한 채 행정력만 믿고 출시한 '졸속' 제품"이라고 지적했다.


이 제품들은 2011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지역전략식품산업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출범한 '(사)경기막걸리세계화사업단'(이하 경기막걸리사업단)에서 개발했다. 이 사업단은 박장우 한경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가 단장을 맡았고, 최고경영자(CEO)와 직원 4명 등 6명이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사무국 직원 가운데 막걸리전문가가 단 1명도 없어 실패가 불보듯 했다는 게 막걸리업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실제 박 단장은 식품저장, 포장, 유통 전공으로 막걸리나 주류에 대한 기술과 시장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한 적이 없다. 지난해 2월 전문경영인으로 특별채용된 유병우 CEO 역시 주류 쪽과는 거리가 먼 일반 기업체에 근무한 사람으로 막걸리에 대해 문외한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서울대학교, 한경대학교, 중앙대학교를 비롯해 경기도, 경기농업기술원, 경기도 소재 막걸리업체 등 산·학·관·연 전문가 16인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통해 사업을 진행토록 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운영위원회는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계를 대표해 운영위원으로 임명된 최영찬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지난해부터 운영위원회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사업단 설립 전후로 적극 참여했으나 지난해 운영위원회 참석해보니 사업방향이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고, 몇 차례 장시간 회의에도 불구하고 사업 진척이 없어 발길을 끊었고, 최근에는 사업계획서조차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교수의 이름은 올해 사업계획서에도 운영위원 명단에 버젓이 올라있다.


더 큰 문제는 경기막걸리사업단이 업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 예산 28억원을 들여 '공동막걸리생산시설' 설치를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막걸리업체 관계자는 "막걸리열풍이 잦아들면서 대부분의 막걸리 공장 가동률이 적게는 20%, 많아야 50%도 채 되지 않는다"며 "막걸리업체들은 추석을 며칠 앞둔 지금도 생산한 막걸리를 팔 곳이 없어서 죽을 판인데 왜 나랏돈으로 공동생산시설을 만들어 기존 업체들간의 경쟁을 더 부추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경기막걸리사업단에 참여하고 있는 13개 막걸리업체 가운데 5곳을 제외한 8곳에서 '공동막걸리생산시설'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무국이 경기도를 등에 업고 '공동막걸리생산시설' 건립이 강행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 내용인데도 사무국이 똑같은 내용을 재차 안건으로 상정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무국의 의도대로 사업을 진행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막걸리업체 관계자는 "운영위원회에서 막걸리 공동생산시설을 짓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한달 뒤 사무국은 운영위원회를 열어 똑같은 안건을 다시 상정했다"면서 "또 부결되니 똑같은 안건을 다시 상정해서 회의를 진행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털어놨다. 업계 전문가들 역시 "막걸리 시장의 성장추이를 볼 때 새로운 공동생산시설을 설립하는 것이 과연 사업효과가 있을 지 의문"이라며 "과잉 중복 투자"라고 진단했다.


심지어 경기막걸리사업단 사무국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운영위원회를 통해 결의된 사안조차 차일피일 수개월씩 끌며 결정을 번복하는 행태를 보였다. 그 결과 경기막걸리사업단과 합의에 의해 제휴계약을 맺고 경기막걸리전문점 외식사업을 확장하려던 한 막걸리전문 외식업체는 투자비 수억원을 고스란히 날렸고, 결국 사업단 사업에서 배제됐다.


경기막걸리사업단 사무국은 위법행위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외식업체가 사업단의 지원사업을 따낼 수 있도록 경쟁 외식업체의 영업비밀 자료인 사업계획자료를 사전에 빼돌려 특정 외식업체에 제공하기도 했다. 이에 박 단장은 "지난해초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전문CEO를 영입했고 그 뒤로는 CEO가 모든 것을 진행해서 내막을 잘 모른다"며 "유병우 CEO가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100% 잘못했다고도 할 수 없다"고 비호했다. 이어 그는 "단장으로서 사업을 잘 마무리하고 성공시키고 싶다"며 말끝을 흐렸다.


경기막걸리사업단이 사무국과 참여업체간의 이해관계가 제대로 조율되지 못한 채 부실운영되고 있지만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농식품부는 내막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 국가클러스터추진팀 조규표 서기관은 "막걸리제조업체들끼리 내분이 있어 사업방향이 갈팡질팡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관리감독을 못해서가 아니라 내부에서 일어난 문제는 내부에서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통주전문가'로 유명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취임 직후 막걸리업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막걸리사업 부흥을 위해 다각도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장 수십억원이 지원되고 있는 경기막걸리사업단조차 책임자들의 무능과 불협화음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데도 담당 공무원은 내부 문제로 치부하기 급급한 모습이다. 막걸리 산업발전과 세계화를 위해 이 장관의 책임있는 자세와 해당 사업에 대한 인적쇄신 등 전면적 재검토가 이뤄져야 될 것으로 보인다.





l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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