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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실패한 '혈세막걸리' CEO연봉은 30% 인상

사업단 '모럴해저드' 극치...실패책임은커녕 인건비 꼬박꼬박 인상

(서울=뉴스1) 이은지 기자 | 2013-09-11 00:29 송고 | 2013-09-23 02:17 최종수정


정부로부터 30억원을 지원 받은 막걸리사업단 홈페이지로 공지사항에 오픈 안내를 끝으로 지난해 4월 이후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다.© News1

정부 예산 20억원을 들여 출시한 막걸리가 판매조차 되지 못하고 사장됐지만 사업단의 최고경영자(CEO) 연봉은 30%나 인상됐다. 일반 직장인이 물가상승률보다 다소 높은 5% 수준에서 연봉인상이 이뤄지는 것과 비교하면 6배나 높다. 국민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8일 이를 승인했다.

11일 뉴스1이 단독 입수한 '경기막걸리세계화사업단(이하 경기막걸리사업단) 2013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전문CEO 연봉은 8000만원으로, 2012년 6000만원보다 30% 가량 인상됐다. 4대보험과 명절상여금, 업무추진비 등 복리후생 비용까지 합치면 연봉 1억원에 육박한다. 유병우 전문CEO가 영입된 이후 10억원을 들여 출시한 막걸리 '오늘우리'는 출시조차 못했는데 연봉은 인상된 것이다.

유병우 전문CEO를 포함한 경기막걸리사업단 사무국 직원 5명의 인건비는 2억4400만원에 달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지역전략식품산업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사)경기막걸리세계화사업단'이 출범하던 2011년 당시만 해도 사무국 직원 3명의 인건비는 6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2012년 6월, 전문CEO와 직원 1명이 추가 채용되면서 사무국 인건비는 2억950만원으로 불어났고 올해 또다시 2억4400만원으로 늘어났다. 경기막걸리사업단장인 박장우 한경대 교수는 공무원(국립대) 신분으로서 경기막걸리사업단에서 관련 인건비를 지급받지 않는다.

사무국 직원 인건비로 총 5억원을 투입됐지만 이들이 개발한 '경기미 숨 막걸리'와 '오늘우리' 막걸리는 제대로 판매조차 되지 못하고 말았다. ☞ 관련기사='오늘우리''숨'막혀…조용히 사장된 '혈세 막걸리' 막걸리 개발에 투입된 정부예산 20억원과 이들의 인건비를 더한 25억원의 혈세가 낭비되면서 막걸리세계화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 사업단에 참여중인 경기도 A막걸리업체 관계자는 "막걸리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는 사무국 직원 5명 가운데 막걸리사업을 해본 전문가가 1명도 없다"며 "더 큰 문제는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사무국과 CEO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꼬박꼬박 월급만 축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준공무원처럼 월급을 받다보니 사업진행이 더뎠다는 게 경기막걸리사업단에 참여한 막걸리업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경기막걸리사업단' 참여업체 한 관계자는 "운영위원회에 안건이 하나 올라가면 시행여부에 대한 통보없이 한두 달 있다가 다음 운영위원회를 열고 거기서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행태가 계속됐다"며 "안건 하나 통과하는데 5~6개월은 족히 더 걸렸다"고 털어놨다. 학계를 대표해 운영위원으로 임명된 최영찬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몇 차례 장시간 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해봤지만 사업 진척이 없어 결국 발길을 끊었다"고 말할 정도다.

경기도 B막걸리업체 관계자는 "경기막걸리사업단 사무국 직원들이 사업단을 월급받는 창구로 활용하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자기가 투자한 회사라면 이처럼 나태하게 사업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고 기막혀했다.

경기막걸리사업단은 제품개발에 실패한 이후 정부예산 28억원을 들여 경기도에 '공동막걸리생산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다. 막걸리 업체 대부분은 "지금 있는 공장의 가동률이 50%가 채 되지 않는다"며 공장 설립을 반대하고 있지만 사업단은 이를 강행하고 있다.

한편 뉴스1 보도 이후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경기막걸리사업단이 추진하던 '공동막걸리생산시설' 건립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담당 공무원은 "정부 예산으로 건립한 공장들은 대부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며 "정부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경기막걸리사업단이 추진하는 '공동막걸리생산시설' 건립에 대해 꼼꼼히 분석하고 타당성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l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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