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는 베네수엘라 대선 불복 시위…"하루만에 11명 사망"(종합)
마두로 "시위대 사망·부상 책임은 야당에"…강경 진압 예고
국제사회, 투명한 개표 결과 공개 촉구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베네수엘라에서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불복하면서 발생한 시위가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시위대와 진압 병력 간 충돌이 계속되면서 유혈사태도 커지고 있다. 정부 당국은 강경하게 나설 뜻을 시사해 앞으로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인권단체 포로 페날은 지난 29일 시위 하루 만에 11명이 사망했으며 그중 2명은 미성년자라고 밝혔다. 또한 전국에서 시위대 177명이 체포됐다. 국립 병원 조사에 따르면, 44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대부분 총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프레도 로메로 포로 페날 대표는 "우리는 인권 위기에 처해 있다"며 경찰들의 총기 사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시위대 해산에 나선 군 병력도 피해가 발생해 23명의 부상을 당하고 1명이 사망했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이번 시위는 지난 28일 실시된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에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는 니콜라스 마두로 현직 대통령의 승리를 선언했지만 출구조사와는 상반된 결과에 야권과 시민들은 승복하지 않았다.
선관위가 이례적으로 선거가 끝난 후에도 개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민주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가 70%, 마두로 대통령으 30% 득표에 그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위대는 선관위의 발표 후 거리로 몰려 나와 "자유" "이 정부는 무너질 것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마두로 대통령의 선거 벽보를 찢고 불태우기도 했다. 심지어 마두로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이자 중남미 좌파의 대표 격 인물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동상도 쓰러졌다.
이날도 여러 도시에선 시위가 진행됐다. 시위대 중 칼리 파티노(47)는 "우리는 거리에 남아 있어야 한다"며 "그들이 뻔뻔하게 우리 투표를 훔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차도도 "늦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무엇이 두려운가"라며 선관위에게 개표 결과 발표를 촉구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시위대를 향한 더욱 강경한 태도를 예고했다.
타렉 윌리엄 사브 베네수엘라 법무장관은 749명이 시위 중에 체포됐다면서 이들이 가장 심각한 경우 테러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파드니로 로페스 국방부 장관도 마두로 대통령은 "군대의 절대적인 충성심과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며 내부 질서 유지를 약속했다.
마두로 대통령도 TV 연설을 통해 "시위에서 발생한 범죄 폭력, 부상자, 사망자, 파괴 행위에 대해 야당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가 더욱 과격해지는 양상을 보이면서 국제사회가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섰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베네수엘라에서 고조되는 긴장과 우려스러운 폭력 보고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도 "시위대나 야당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나 폭력은 명백히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날 전화통화를 갖고 베네수엘라가 완전하고 투명하며 상세한 투표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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