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어 된 '침체'…"트럼프가 뭐라 바꿔 불러도 '고통' 불가피"
트럼프 '적폐 청산 위한 해독 과정' 표현
"금융위기 땐 남성, 팬데믹엔 女·히스패닉 고통…강도·회복력도 예측불허"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이번주 세계 금융시장의 화두는 단연 미국의 경기 침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경기 침체는 가치가 있고 적폐를 청산하는 해독(디톡스) 과정이자 과도기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시대에 침체가 발생할지, 발생한다면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침체를 해독 과정이라고 해석할지 등과 무관하게 침체는 대가를 치러야 하고 고통이 수반되는 문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침체의 비용과 고통은 결코 균등하게 분산되지 않으며 침체 기간과 강도는 물론 회복 속도와 회복력까지 결과를 예측하기도 어렵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침체는 국내총생산(GDP)이 2개 분기 연속 감소하는 것으로 판단하지만 이러한 정의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침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미국의 침체를 선언하는 민간의 전미경제연구소(NBER) 산하 경기사이클 판정위원회는 침체의 시작과 끝을 선언할 때 GDP 이외에도 실업률, 정부 지원금을 제외한 개인소득, 소비자 지출, 산업 생산 등도 살핀다. GDP 이외 지표들은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악화할 수 있다.
NBER 위원회는 실업률이 1년 이내에 0.5%포인트 이상 상승할 때 침체가 진행중이라는 의미로 해석했지만 현재 지표상 침체는 없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기업과 소비자 설문조사를 보면 트럼프의 관세와 정부 축소 정책으로 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다. 광범위하고 가파른 관세를 통해 트럼프는 세계무역 질서 재편을 노리고 있고 이로 인해 투자 심리의 변동성이 극심해지고 있다.
침체의 비용은 일반적으로 대량 실업이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흑인과 히스패닉이 실업률이 높지만 경기 침체마다 양상은 다르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일례로 2007~2009년 미국 부동산 부실에 따른 금융 위기와 침체는 깊고 길었다. 건설, 제조, 금융 등 남성이 주로 종사하는 산업에서 대규모 실직이 발생해 '남성 대공황'으로 불리기도 했다. 반면 팬데믹 경기 침체는 처음에는 여성과 히스패닉에 큰 타격이 가해졌고 서비스 부문에서 대규모 해고가 발생했다.
물론 침체가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을 낮춘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침체가 충분히 가파르면 수요가 약해져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물가가 떨어질 수도 있다.
또 경기 침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인하해 성장과 수요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모기지 금리가 내려가면 주택시장이 활성화하며 궁극적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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