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 작심발언 "한국 축구, 시스템 바꿔야…난 비겁한 사람 아니다"
U23 아시안컵 8강서 탈락
차기 감독직 물밑작업 의혹에는 "전혀 아니다" 부인
- 안영준 기자
(인천공항=뉴스1) 안영준 기자 = 황선홍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이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에 대한 사과와 함께 향후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작심발언까지 쏟아냈다.
황 감독과 선수단 본진은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을 마치고 2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은 8강에서 인도네시아에 승부차기 끝에 패배, 상위 3개 팀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을 따는 데 실패했다.
이로써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이어온 한국 축구의 올림픽 연속 출전의 기록도 '9'에서 멈췄다. 한국이 올림픽 본선에 오르지도 못한 것은 1984년 LA 올림픽 이후 40년 만이다. 충격적인 결과다.
인천공항서 취재진 앞에 선 황 감독은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인 나에게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 숙인 뒤 "다만 앞으로 더 성장해야 하는 우리 선수들에게는 비난보다는 격려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황 감독은 사과와 더불어 한국 축구를 향한 쓴소리도 가감없이 했다.
그는 "핑계가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의 연령별 팀 운영 구조와 시스템은 절대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시스템이면 (세계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같이 노력해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시스템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인 플랜이 있어야 한다. 아시안게임 성적에 따라 감독 수명이 좌우되면 아시안게임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나 역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작년 9월에 집중해야 했다. 올림픽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 구조로는 아시아권에서도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할 수는 없고 점점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인도네시아와의 8강전 후반 퇴장으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해, 해당 경기에 대한 상황을 직접 설명할 기회가 없었다.
당시 상대의 거친 파울에 항의하다 레드 카드를 받은 황 감독은 "퇴장 판정은 이해할 수 없다. 감독이 그 정도는 항의할 수 있다. 석연치 않은 판정이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황 감독은 조별리그 2경기 3골을 넣었던 이영준(김천)을 선발이 아닌 후반에 교체 투입한 점, 중앙 수비수를 스쿼드에 많이 포함시키지 않은 것, 해외파 소집을 성사시키지 못한 점 등에 대한 질문에 차근차근 답을 했다.
이영준을 아낀 것이 인도네시아를 너무 고평가 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그렇게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 선수 한 명을 결정해도 밤새 논의한다. 그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항변했다.
이어 "이영준의 컨디션은 65분을 소화하는 게 최대였다. 그래서 전반과 후반 중 언제 투입할 것이냐에 대해 고민했고 후반이 낫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그 이상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중앙 수비수가 적었던 문제에 대해선 "국내 선수 중에 경기에 출전하는 센터백이 없는 게 문제다. 그래서 다른 포지션 선수들을 중앙 수비수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며 근본적으로 센터백이 부족한 현실을 꼬집었다.
양현준(셀틱), 배준호(스토크시티), 김지수(브렌트포드)가 차출 거부로 대회 직전 합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내놨다.
황 감독은 "내가 구단을 직접 방문해서 차출 약속을 받았다. 그런데 막상 4월이 되자 각 팀들이 순위 싸움을 치열하게 하면서 차출을 거부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황선홍 감독은 현재 공석인 A대표팀 사령탑 후보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지난 3월에는 임시로 A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태국과의 2연전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대회가 열리는 기간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가 카타르 현지를 방문, 차기 A대표팀 감독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했다는 루머도 나왔다.
이 말을 들은 황 감독은 펄쩍 뛰었다. 그는 "나는 그렇게 비겁하지 않다.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지, 다음을 생각하고 뒤에서 작업하고 그런 짓 하지 않는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향후 A대표팀 감독직 등 거취에 대해선 "많이 지쳐있다. 우선은 좀 쉬고 싶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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