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넘어야 하는 황선홍-신태용, 뚝심의 황새냐 꾀 많은 여우냐
한국 축구 레전드 지도자들의 지략 대결 관심
한국과 인도네시아, 26일 오전 2시30분 킥오프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뚝심의 '황새'와 꾀 많은 '여우'가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8강 길목에서 만났다.
황선홍(56)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6일 오전 2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신태용 감독(54)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을 치른다.
한국은 조별리그서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일본을 연파하며 3연승으로 B조 1위에 올랐다. 덕분에 한국은 개최국이자 강호인 A조 1위 카타르를 피해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인 A조 2위 인도네시아를 만나게 됐다.
상대 전적에서 한국은 인도네시아 U23 대표팀과의 맞대결에서 5전 전승으로 앞서있다.
파리 올림픽 예선을 겸하고 있는 이번 대회는 상위 3개 팀이 본선에 오르며, 4위 팀은 아프리카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리가 앞서지만 인도네시아는 한국을 잘 알고 있는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어 방심할 수 없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사령탑 간의 지략 싸움이다. 두 살 차이인 황선홍 감독과 신태용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스타플레이어로 명성을 쌓았고 은퇴 후 지도자로도 성공 가도를 이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역 시절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던 황 감독은 결과를 가져오는 특유의 뚝심이 돋보인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금메달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3월 위기에 빠진 A대표팀의 임시 사령탑을 맡아 손흥민(토트넘)-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갈등을 정면돌파하는 등 호평받았다.
황 감독은 공격수 출신임에도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실리 축구'를 추구한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 4골에 그쳤지만 1골도 내주지 않는 '짠물 수비'를 펼치고 있다.
배준호(스토크 시티), 양현준(셀틱) 등이 차출 불가로 합류하지 못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으나 잘 준비된 세트피스 등으로 활로를 뚫었다.
조국을 상대하는 신태용 감독은 황 감독 이상의 지도자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
K리그 레전드 출신의 그는 20세 이하(U20) 대표팀, 올림픽 대표팀, A대표팀 코치·감독 등을 두루 거쳤다.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소방수'로 나서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독일을 꺾었다. 선수 시절 '그라운드의 여우'란 별명처럼 팔색조 전술에 능하다.
그는 U20 월드컵,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등을 치르며 토너먼트를 운영하는 경험도 갖췄다.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의 사상 첫 AFC U23 본선 진출을 이끌었고, 조별리그까지 통과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을 넘어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을 향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신 감독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황선홍호도 많이 지켜봤다. 대회 초반에는 친분 있는 황 감독과 인사차 한국이 경기하는 현장을 찾았으나 나중에는 인니와 만날 것을 대비했다.
지도자로서 맞대결에서는 황 감독이 근소하게 앞선다.
과거 부산 아이파크와 포항 스틸러스를 이끌었던 황 감독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K리그에서 성남 일화(현 성남FC)의 신 감독과 8번 맞붙어 3승4무1패로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처럼 단판 승부인 2011년 대한축구협회컵(현 코리아컵) 4강에선 신 감독이 3-0으로 승리했다.
신태용 감독은 "한국과 결승서 만나 함께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했으나 얄궂게도 두 팀은 너무 일찍 만나게 됐다.
황 감독은 비교적 담담하게 신 감독과의 맞대결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신 감독과 8강에서 만날 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제 현실이 됐다"고 말하면서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를 아주 좋은 팀으로 만들었지만, 우리는 무조건 승리를 위해 준비를 잘해 목표를 이루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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