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경 출신 첫 부부 총경' 나란히 서울·경기 자치경찰위원으로 새 인생

"경찰권 남용 통제하고 주민 친화적 서비스"
김성섭 서울 위원·구본숙 남부 의원 '주민 친화' 강조

지난 2015년 1월 당시 총경 승진임용 예정자로 내정된 구본숙 경정과 김성섭 총경 부부(뉴스1 자료 사진)ⓒ 뉴스1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경찰 창설 후 76년 만의 변화' '경찰 개혁의 마지막 퍼즐'

1일 시행된 자치경찰제를 소개할 때 붙는 수식어들이다. 기대와 우려 모두 큰 상황이다. 주민 친화적인 서비스는 자치경찰의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 남용과 현장 경찰의 업무 혼선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김성섭 위원(64)은 2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며칠 새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1979년 순경으로 임용돼 37년간 경찰로 일했던 그는 한국형 자치경찰의 상징과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1945년 경찰 창설 후 76년 만에 한국형 자치경찰제가 닻을 올렸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의 자치경찰위원회에 참여했지요. 전국의 자치경찰위원회가 서울 자치경찰위원회를 보고 있을 텐데,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경찰권 남용 통제하고 주민 친화적 서비스"

자치경찰제는 올해 시행된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권 비대화'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사무는 △자치경찰 △국가경찰 △수사경찰로 '삼등분'된다. 지휘체계도 ‘세분화’된다.

정보와 보안, 외사·경비, 112상황실 운영 등 국가경찰 사무는 경찰청장이 지휘한다. 살인·상해·사이버 범죄·성범죄 수사 등 모든 수사경찰의 사무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지휘한다.

학교폭력, 아동·여성대상 범죄, 교통법규 위반 단속 등 민생치안 업무를 담당하는 자치경찰은 시도지사 소속의 행정기관인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한다.

김성섭 위원은 서울 시내 자치경찰 관리 감독을 맡은 위원회의 구성원인 셈이다.

김 위원은 "자치 경찰이든 국가 경찰이든 경찰 사무는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라 시행착오가 허용되지 않는다"며 "자치경찰은 경찰의 전문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경찰권 남용을 통제하고 주민 친화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서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각각 처리해야 했던 행정절차가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일원화된다. 절차 간소화로 주민 편익은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자치경찰위원회 구성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장이 권한을 휘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오세훈(오른쪽 첫번째) 서울시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1.7.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 자치경찰위원회 위원들과 오세훈 시장 간 관계에도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김 위원은 "자기경찰위원회는 시도지사 산하에 설치된 합의제 행정기관이라 서울 시장의 철학을 배제한 채 운영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무엇보다 서울시와 서울경찰청, 서울시장과 서울경찰청장을 잇는 교량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와 서울경찰청, 두 기관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상승효과(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중개자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민 없으면 경찰 존재 이유 없어"

김 위원은 △서울경찰청 정보 4계장(2007년) △경남 하동경찰서장(2011년) △경기지방경찰청 정보과장(2012년) △경기 파주경찰서장(2013년) △서울경찰청 홍보담당관(2014년 △서울 중부경찰서장(2015년)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2016년)을 역임했다.

2006년에는 외교부에 파견돼 재외 교포와 한국관광객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경찰 퇴직 후 2017년부터 중견기업 감사실장으로 최근까지 일했다.

김 위원은 "특히 서장으로 있던 경찰서 세 곳에서 경찰서 치안만족도 조사 1위를 차지했다"며 "특별한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 아니다. 평소의 경찰보다 더 친절하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더니 아이들이 경찰서 앞마당에서 줄넘기를 할 정도로 주민 친화적 경찰이 돼 있었다"고 했다.

김 위원은 "자치경찰이 인권 친화적·주민 친화적 경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할 당시 쓴 논문의 주제가 고객 만족 이론을 경찰 치안 행정에 접목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의 단속이나 규제 대상이 아닌 고객으로 시민을 인식하자는 것입니다. 시민이 없으면 경찰이 존재할 이유도 없어집니다."

7월 1일 전면 시행되는 자치경찰제도와 관련해 경기도 자치경찰사무를 총괄할 ‘경기도 남부·북부자치경찰위원회’(이하 위원회)가 30일 공식 출범했다.(경기도 제공)ⓒ 뉴스1

눈 밝은 독자라면 김 위원 인터뷰에서 그의 배우자 이름을 떠올릴 것이다. 배우자인 구본숙 경기남부자치경찰위원은 김 위원처럼 경찰 순경으로 시작해 총경까지 단 입지적인 인물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15년 ‘첫 순경 출신 부부 총경’으로 이름을 알렸다. 퇴직 후 수도 서울과 최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에서 나란히 자치경찰위원회 위원으로 일하게 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구 위원은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경찰 업무를 추진하는 점에서 자치경찰제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자치경찰제가 앞으로 잘 정착되도록 기틀을 다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mr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