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박물관 화두는 재야생화…야생동물도 탄소중립 동반자"
채어진 美자연사박물관 수석…기후변화 총정리 '기후 벽' 기획
"야생복원, 연 65억톤 탄소흡수…전시로 미래세대 희망줄 것"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올해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가장 큰 프로젝트는 '야생 동물을 야생 동물답게'하는 재야생화(Rewilding)입니다.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도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해요. 4월 '지구의 날'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채어진 미국 자연사박물관 수석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스트는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그간 제작한 기후변화 콘텐츠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뉴욕에서 근무 중인 채 수석은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열린 '과학과 기술·예술의 융합' 특강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채 수석은 2015년부터 매년 700만명이 찾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연사박물관에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을 활용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왔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를 시각화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인구 증가에 따른 산업 발전과 탄소배출 증가, 청소년이 제안하는 기후정책 등이 그의 손에서 콘텐츠로 만들어졌다. 자연사박물관 한쪽 벽을 모두 활용해 현재까지 기후변화와 관련한 내용을 총정리한 '기후 벽'(Climate Wall)도 채 수석 작품이다.
자연사박물관의 전시는 전세계 과학계와 각국 과학관의 기후변화 전시의 바로미터, 즉 기준이 된다. 이때문에 채 수석은 "기후변화 콘텐츠를 제작할 때 과학적 오류가 없도록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와 학술지 '사이언스', 국제 에너지 기구(IEA), 영국 기후변화연구소 카본브리프, 항공우주국(NASA) 등과 긴밀하게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인류의 산업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등 논란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설명이다.
자연사박물관은 올해 '지구의 날'(4월22일)에 '재야생화'(Rewilding)를 주제로 하는 전시를 준비 중이다. 재야생화는 야생동물이 멸종하지 않고, 야성의 습성을 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나무심기나 숲 가꾸기처럼 흡수원에 집중해 있던 생태계 내 탄소 감축을 희귀·야생 동물로 확장했다.
예를 들어 북미 지역에서 멸종 위기를 겪은 아메리카들소는 땅을 구르는 습성이 있는데, 이를 통해 풀들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되고 탄소를 흡수할 초원이 확대되기에 좋다. 바다수달은 '해조류 포식자'인 성게가 다시마 숲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한다. 다시마 숲은 육지의 숲보다 최대 12배 이상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
자연사박물관은 이런 예를 통해 재야생화가 매년 65억톤의 탄소를 흡수하는 효과를 소개할 예정이다.
채 수석은 "자연이 탄소 흡수에 수동적인 역할로 생각했다면 앞으로 여러 동물을 기후변화 완화의 협력·동반자로 인식하도록 하는 게 주제"라며 "자연의 도움 없이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는 사고의 전환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시에는 컬럼비아대 기후학교와 스탠퍼드 공대 협동 브라운 미디어혁신 연구소도 참여한다.
태초부터 현재까지의 자연을 소재로 기획·전시하는 자연사박물관이 미래 세대가 겪을 기후위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채 수석은 "인류 생존과 자연을 떼어놓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룡 화석이나 과거 지구 환경을 연구하는 게 미래의 생존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연사박물관 전시의 암묵적 메시지는 사라지는 종(種)에 대한 것인데, 기후변화 위기를 직면한 인류 또한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자연사박물관이 내년 '대멸종'을 주제로 기획 대전시를 준비 중인 이유다.
다만 자연사박물관 전시는 '기후변화로 우리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암울한 전망보다는 희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채 수석은 "미래세대를 위한 '업라이트 엔딩'(Uplight ending, 희망적 결론)을 주는 결론이 목표"라면서 "자연사박물관의 역할은 앞으로 기후변화 전시를 통해 개인의 노력보다 국가나 산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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