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메이슨 438억 배상' 취소 소송 검토…"국익 부합토록"

메이슨 청구 금액 16% 인용…삼성전자 손실 입증 안돼

법무부.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탈이 낸 약 2700억원 규모의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일부 패소한 정부가 중재판정 취소 소송을 검토한다.

법무부는 12일 "국민의 세금이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대리로펌, 전문가들과 함께 판정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전날 오후 7시10분 메이슨 측의 주장을 일부 인용해 한국 정부가 메이슨에 약 3200만 달러(약 438억 원)를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삼성물산 주주였던 메이슨은 약 2억 달러(약 2737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2018년 9월 중재를 신청했다.

메이슨 측은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한 결과 삼성물산·삼성전자 주가 하락 등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메이슨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약 3200만 달러(약 438억 원)와 2015년 7월부터 5% 상당의 지연이자 등의 손해배상을 명했다. 다만 삼성전자 주식 관련 손실에 대해서는 인과관계와 손해액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론적으로는 메이슨 측 최초 청구금액(약 2억 달러) 중 배상원금 기준으로 약 16%(약 3200만 달러)가 인용됐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닮은 꼴'로 불리는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 사건에서는 최초 청구금액 약 7억7000만 달러 중 배상원금 기준으로 약 7%가 인용됐었다.

법무부는 "엘리엇의 경우 국내 상법상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으로 엘리엇이 보상을 받은 부분이 손해액 산정에서 고려됐지만 메이슨은 본건 합병의 발표 후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해 주식매수청구권이 문제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중재판정부의 구체적인 판단도 공개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중재판정부는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관계자 등이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개입한 행위는 국가책임의 근거가 되는 협정상의 '국가가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에 해당해 한국 정부에 귀속된다고 봤다.

협정 위반에 대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 등의 형사 확정판결에서 인정한 사실관계를 인용해 '최소기준대우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인과관계의 경우 정부의 개입 행위로 합병이 승인됐다고 보고,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개입 행위와 메이슨의 삼성물산 주식 관련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와 손실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인정했다.

중재판정부는 합병이 부결됐더라면 실현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물산 주식의 가치를 기준으로 손해(약 1억4720만 달러)를 산정해야 한다는 메이슨 측 주장을 기각했다. 대신 삼성물산 주식의 실제 주가를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해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무부는 "메이슨의 청구 중 삼성전자 주식 관련 손해 부분(약 4420만 달러)은 손해의 존재와 범위,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봐 전부 기각했다"고 밝혔다.

그간 정부는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는 주주로서의 순수한 상업적 행위에 불과하므로 이를 곧 국가의 '조치'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또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전 복지부 장관 등의 행위와는 별개로 국민연금의 중장기적 수익성을 고려해 독립적으로 심의·표결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약 11%의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의결권만으로 이번 합병이 의결됐다거나 그로 인해 메이슨 측에 손실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실제 주가가 아닌 주식의 내재가치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특히 정부는 이번 사건 법정 중재지인 싱가포르 법원에 중재판정 취소 소송을 낼 것을 검토하고 있다. 법정 중재지는 2019년 2월 당사자 합의와 중재판정부 결정에 따라 싱가포르로 정해졌다.

법무부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절차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관련 법령과 중재판정부의 절차명령에 따라 판정문 등 본 사건 관련 정보를 최대한 공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