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우 교수 "삭이기만 하면 '펑'…힘들다 말 못한 대가 크다"[함께 지키는 생명]①

"자살담당 1개과 뿐, 조직확대 필요"
"지자체 중심 부처 협업 필요…도쿄도 아다치구 좋은 사례"

편집자주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 40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 인원을 나타내는 자살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27.3명에 달합니다. 대책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OECD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은 아직도 벗어내지 못했습니다. 에선 국내 자살예방 구조를 분석하고, 필요 과제를 면밀히 살펴봤습니다.

"한국의 자살예방 대책을 해외에서 발표하면 깜짝 놀란다. 하지만 좋은 제도를 도입하고도 이를 전담하는 인력은 확충하지 못했다."

(서울=뉴스1) 황보준엽 정윤경 기자 =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자살 예방에는 분야가 많은데, 1개 과만으로는 담당하기 어렵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과 단위에서 이런 역할을 온전히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건 타당하다"며 "최소한 국 단위로 격상해야 국방부 또는 교육부, 행안부 등 다른 부처와 협력해서 정책을 마련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자살관련 부서는 보건복지부 내 정신건강정책국 소속의 1개 과에서 전담하고 있다.

백 교수가 제안한 해법은 '거버넌스'의 확대다. 거버넌스란 공동 목적을 달성하거나 이해관계가 맞는 구성원들이 모여 만든 단체를 말한다.

그는 "일본의 후생노동성 산하 자살예방 대책 본부는 직원이 60명 정도"라며 "상근 공무원과 파견 공무원도 있고, 민간 NGO, 전문가 단체에서 파견을 허용하는 법적 규정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1TV 갈무리)

지자체의 역할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백 교수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여러 부처가 협력해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자살 예방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도쿄도 아다치구가 자살률 상위 3위에서 하위 3위로 떨어진 건 구청장이 자살 예방 세미나를 열고, 고위험군이 발생하면 사례회의를 열며 리더십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회의에는 NGO도 참여하지만, 지자체의 예산과 사회복지 등 담당부서도 참여한다"며 "자살 예방을 센터 한명에게만 문제를 맡길 것인가. 이러한 시스템이 실질적인 차이를 만든다"고 했다.

백 교수가 보는 국내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사회적 안전망의 공백과 가족의 해체다.

그는 "북유럽 선진국으로 꼽히는 덴마크도 1980년대에는 자살률이 높았는데, 대가족을 대체할 지역사회의 공동체가 확립되지 않았을 때 자살률이 높았다"며 "또 경제적 여건이 떨어지는 위기사항은 자살과 밀접하다. 사회적 안전망을 메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말미 백 교수는 '정신건강 휴가'를 아느냐고 도리어 질문을 해왔다.

그는 "재작년 대만에선 정신건강 휴가를 도입했다. 이미 일본이나 미국에선 오래된 제도"라며 "학교나 직장에서 스트레스받아서 힘든 것 같다고 얘기를 할 수 있어야 문제 초기 단계에서 대처할 수 있다. 술로 풀거나 속으로 삭이다가는 펑 터질 수 있다"고 했다.

"힘들다고 말하지 못해 치르는 대가가 너무나도 크다"고 말한 백 교수는 자신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자살예방 대책이 왜 작동이 안 되는가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인력과 조직을 배치하고 종합적인 변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자살을 줄여야 할 시기"라며 "위기를 위기로 인식할 때 실제 문제 해결은 시작된다고 믿는다"고 역설했다.

◇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프로필

△고려대대학원 의학과 석·박사 △미국 듀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방문교수 △(전)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장 △국회자살예방포럼 자문위원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신경정신의학 정책연구소 소장 △경희대학교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교실 주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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