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숄츠 "한독 군사비밀협정 조속 체결…'북한 비핵화' 공조"(종합)

숄츠 총리와 정상회담…양국교역 '수소·반도체·에너지' 확대
"獨 주도 기후클럽 참여"…尹 '총탄지원' 질문에 "비살상무기 검토"

윤석열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뉴욕 주 유엔 대한민국 대표부에서 열린 한독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2.9.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독일이 주도하는 '기후클럽'에 참여하기로 했다. 또 한-독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조속히 체결해 방위산업 공급망을 구축하는 등 양국 수교 140주년을 맞아 한-독 협력 분야를 확대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숄츠 총리가 주도하는 기후클럽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독일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 국가들, 여타 유사 입장국과 함께 파리협정 1.5도 목표 달성과 함께 글로벌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국방과 방산 협력 확대가 중요하다는 점에도 동감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한-독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조속히 체결해 방위산업 공급망이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국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 파트너이자 핵심 우방국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한국과 독일의 투자·교역 분야를 수소와 반도체, 바이오, 청정에너지 등 첨단산업 분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모두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강국"이라며 "세계 경제 불안정성과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급속히 재편되는 과정 속에 양국이 공급망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숄츠 총리에게 "최근 EU에서 추진 중인 여러 경제입법의 성안과 시행 과정에서 한국 측과 긴밀히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EU는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반도체법을 시행하기로 합의하는 등 미국과 더불어 '자국우선주의'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지지의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북한이 불법적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발신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과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조속히 평화와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명했다.

이 밖에 윤 대통령은 독일과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한 구체적 협력 사업을 발굴하기로 했으며, 숄츠 총리에게부산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지지해 줄 것도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뉴욕 주 유엔 대한민국 대표부에서 한독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9.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숄츠 총리는 윤 대통령이 한국의 '기후클럽' 가입을 결정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기후보호는 무역에 새로운 장벽이 돼선 안 된다"며 "독일은 세계적 차원에서 기후클럽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공통의 규정과 표준 만들 것"이라고 했다.

숄츠 총리는 이날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점을 언급하며 "독일과 한국이 매우 끔찍한 분단의 경험 해왔단 것을 목도했다"며 "독일은 30년 전 통일을 이루고 분단을 극복했지만, 대한민국은 현재도 쓰디쓴 분단의 현실을 직면한 점에 매우 큰 슬픔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불법적 무기 개발이나 핵무기 개발은 대한민국 안보의 큰 위협이 되고, 일본까지 위협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 독일은 대한민국을 깊은 연대로 지원하는 바이며, 저는 불가역적이고 검증 가능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에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숄츠 총리는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결단한 것에 대해 "역사적으로 매우 민감한 주제인 일본관계에 대해 용감한 결단을 내린 것에 존경의 의사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논의를 한 것을 거론하며 "독일은 러시아 제재를 계속 유지할 것이고, 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심각한 영향의 최소화에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두 정상은 양국의 경제 협력 강화를 통해 대(對)중국 무역의존도를 낮춰가자는 데도 인식을 공유했다. 또 전기차와 차량반도체 등 제조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숄츠 총리가 지난해 중국을 방문했기 때문에 중국을 방문한 소감과 입장을 제가 여쭤봤다"며 "총리는 '디리스킹'(Derisking)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중국과의 관계에서 서로가 불필요한 위험을 피하고, 합리적으로 잘 관계를 가꿔나가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숄츠 총리는 "우리가 확실한 계획을 갖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제적으로 분명한 계획을 마련하고 일본, 대한민국과의 협력을 추진하며 중국 의존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경제적 구조를 변화시켜 단순히 한 국가에 의존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총탄 등 직접적 무기 지원을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지난주 화요일(16일) 젤렌스카 영부인이 오셨는데 러시아군이 키이우에서 퇴각하면서 많은 지뢰를 매설해 민간인 피해가 심각해서 지뢰제거 장비와 의료용 구급차를 오청했다"며 "먼저 그 부분을 우선적으로 검토를 해서 신속하게 저희가 지원을 할 생각"이라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히로시마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을 언급하면서 "비살상용 무기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 젤렌스키 대통령이 저희에게 일부 목록을 주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신중하게 검토를 하겠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