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사퇴'…朴대통령 인적쇄신 구상 '원점'으로
지명 엿새 만에 자진사퇴… 변호사 수입 등 '전관예우' 시비 결정타
김용준 이은 두 번째 총리 후보 낙마… 靑 '인사실패' 논란도 재연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서울 세종로사거리에서 바라본 청와대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figure>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2년차 인적쇄신 구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안대희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가 최근 2년간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전관예우' 시비 속에 후보 지명 엿새 만인 28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힌데 따른 것이다.
안 후보자는 이날 오후 5시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긴급 회견을 열어 "국민 여러분께 너무 송구스럽다. 여러모로 부족한 내가 총리 후보로 남아있는 건 현 정부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내 버팀목이 돼줬던 가족들과 사건 의뢰인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버겁다"면서 "총리 후보자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이달 22일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고 공직기강을 다잡기 위해 새 총리 후보자로 대법관 출신의 안 후보자를 지명했었다.
지난달 16일 전라남도 진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자신의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운영과 그에 따른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의 소극적 태도가 문제시되자,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적임자로서 "강단 있는 특수통 검사 출신"인 안 후보자를 발탁했던 것이다.
안 후보자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책임장관제' 등 박 대통령의 관련 분야 공약 성안(成案)을 주도했고, 특히 200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재직 시절 자신이 수사를 지휘했던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 의혹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이 새누리당에 입당하자, "무분별한 비리 인사 영입을 납득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하며 박 대통령에게 '직언(直言)'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다.
여권 내에서 일찌감치 차기 총리 후보자로 안 후보자가 거명돼왔던 것 또한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안 후보자 지명 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안 후보자는 대법관과 서울고검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불법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 등을 통해 소신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공직 사회와 정부 조직을 개혁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력히 추진해 국가 개조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총리 후보자 지명 발표 이후 안 후보자가 대법관 퇴임 1년 뒤인 작년 7월부터 5개월여 간 변호사로 일하면서 수임료 등으로 무려 16억원의 수입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고위 법관 출신 인사에 대한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졌고, 이는 결국 안 후보자가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히게 된 결정적 배경이 됐다.
<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서울청사별관에서 열린 국무총리 후보자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빠져나가고 있다. 2014.5.2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figure>안 후보자는 26일 회견에서 "변호사 활동 개시 이후 1년간 늘어난 재산 11억여원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오히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에선 "기부 총리"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이외에도 현 정부 고위 공직자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법조계 출신 인사의 비중이 높은 점, 그리고 안 후보자가 '왕(王)실장'으로까지 불리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까마득한 검사 후배인데다, 김 실장과 같은 경남 출신인 점 등도 안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26일 국회에 제출한 안 후보자 임명동의안에서도 "안 후보자는 총리로서 대통령을 보좌해 행정 각 부(部)를 통할하고 국정을 원활하게 이끌어갈 자질과 인품을 갖췄다고 판단한다"고 거듭 밝혔지만, 안 후보자가 끝내 사퇴를 결정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또 한 번의 '인사 실패'를 기록하게 됐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직접 인사권을 행사했던 정부 고위직 인사 또는 내정자 가운데 도덕성 시비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 등을 이유로 자진 사퇴한 인물은 작년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를 필두로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김병관 전 국방부 장관 내정자,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등이 있다.
안 후보자의 경우 총리 후보자로선 김용준 전 후보자에 이은 두 번째 '낙마' 사례인데다, 김 전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국회 인사 청문 절차도 밟기 전에 스스로 물러난 경우란 점에서 청와대의 고위 공직 후보자 사전 검증에 대한 부실 논란이 재차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새정치연합의 김한길 공동대표는 안 후보자 사퇴에 대해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무능을 또 한 번 드러낸 것"이라고 맹공을 가했다.
현 정부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자에 대한 추천 및 사전 검증 등에 관한 업무는 김기춘 실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청와대 인사위원회에서 수행한다.
안 후보자의 낙마로 청와대의 비서실 개편과 개각 구상에도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청와대는 이달 19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뒤이은 안 후보자 지명을 통해 세월호 참사 이후 어수선해진 민심을 수습하고 흐트러진 공직기강을 다잡아 국정 정상화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길 기대했다. 하지만 안 후보자 지명 1주일도 안 돼 후임 총리 후보자를 다시 물색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총리 임명과 일부 정부 부처 장관 교체, 청와대 비서진 개편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개각(改閣)' 구상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의 안 후보자 지명 당일 사표가 수리된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의 후임 인선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여서 새 총리 후보 지명까진 상당 시일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날 안 후보자의 사퇴로 내달 중순쯤 사표가 수리될 예정이던 정홍원 현 총리도 '시한부' 총리직을 당분간 더 수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총리는 세월호 침몰 참사 발생과 그 수습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문제점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달 27일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안 후보자의 사퇴 회견에 앞서 김기춘 비서실장을 통해 보고받았으나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김 실장은 "이 내용(안 후보자 사퇴)을 들은 대통령이 안타까워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ys417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