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건강보험 급여 제한 폐지" 권고

저소득·취약계층 보호 위한 보험료 제도 개선 방안 권고
"연대 납부 면제 대상 범위 확대…체납 압류 전 고지 다양화"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체납 빈발민원 해소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2023.11.2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건강보험료 납부 능력이 없어 독촉 고지와 연체금 가산, 보험급여 제한, 통장 압류 등으로 고통받는 저소득·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 부담 능력이 없는 의료급여 수급자격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가 23일 나왔다.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제도 개선 방안 7가지를 발표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건강보험료 민원 건수는 최근 5년간 11만7000여건, 고충민원은 817건이다. 특히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의 시달려 휴·폐업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개인 사업자들의 민원 건수가 최근 3년 동안 10만 건을 넘어섰다.

이에 권익위는 전문가와의 토론 등을 거쳐 건강보험료 관련 저소득·취약계층에 대한 제도 개선 권고안을 마련했다.

먼저 권익위는 중장기적으로 국민건강보험 부담 능력이 없는 의료급여 수급자격과 '차상위 본인부담 경감 대상' 자격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생계·교육·주거·의료수급자로 나뉘는데 생계·교육·주거 수급자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지만 의료급여 수급자는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이 남아있다.

부모나 자식이 일정 소득이 있어 건강보험 가입자로 분류됐지만 납부할 능력이 없는 이들은 장기 체납과 통장 압류, 의료급여 제한 등을 겪게되는데, 그 수가 72만명에 달한다.

또한 권익위는 저소득 취약계층에 한정해 건강보험료를 체납하더라도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제한' 근거규정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보험료가 6회 체납되면 건강보험 급여가 제한돼 병의원 진료가 불가능하고 진료를 받을 경우 부당이득금 환수 조치를 받게 된다. 이에 저소득층이 병원 진료를 기피해 최소한의 건강권을 보호받지 못한다고 권익위 측은 설명했다.

세대 구성원이 체납 건강보험료를 내야하는 '연대납부'를 면제할 수 있는 대상 범위도 확대하도록 했다. 현재 면제 대상인 미성년자의 경우 자격요건을 폐지하고 중장기적으로 저소득·취약계층에 해당하는 80세 이상 고령자, 장애인 등을 '연대납부' 면제 대상자에 포함시키라는 취지다.

아울러 권익위는 저소득·취약계층에 한해 통장 압류 등에 앞서 전화통화, 문자 전송 등으로 안내할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험료 체납시 소액예금 통장까지 일괄적으로 압류당해 일용 노임 등을 받을 수 없어 경제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가입자의 '자격변동 사실 등'을 문서 또는 전자문서뿐 아니라 문자나 통화, 카카오톡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안내하고 보험료 산정에 필요한 소득, 재산, 자동차 항목을 구체적으로 표시하라고 권고했다.

김태규 부위원장은 "월 보험료 5만원 미만인 저소득·취약계층이 438만2000세대에 이르는데, 전자고지 신청률이 불과 11.6%로 상당히 낮은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저소득층이 체납보험료를 납부 가능한 수준에서 나눠낼 수 있도록 분할납부 횟수를 24회에서 48회로 완화하고, 휴·폐업 등 부득이한 사유로 체납액 납부가 불가능하다고 인정할 경우 일정기간 체납처분을 유예할 수 있는 근거규정도 마련하라고 했다.

김태규 부위원장은 "일부 중장기 방안을 제외하고는 내년 11월까지 모두 이행하도록 했다"며 "중장기 방안 역시 지속적인 점검을 통해 이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y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