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감국가' 지정 이유는 보안 문제"…정보 유출 적발한 듯(종합)

외교부 "외교 정책상 이유 아니다"…일주일 만에 해명
'보안 문제' 구체적 내용은 비공개…안덕근 방미 때 설명할 듯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에너지부(DOE) 본부 전경.ⓒ AFP=뉴스1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에너지부(DOE) 본부 전경.ⓒ AFP=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정부는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명단에 올린 이유가 한국의 외교 정책의 문제가 아닌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17일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미국 측과의 소통을 통해 민감국가 지정 이유를 파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외교부는 "미국 측은 한국이 민감국가 명단에 등재가 되더라도 한미 간 공동연구 등 기술 협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은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 이유가 전문가들과 언론이 제기한 한국의 '핵 무장론' 여론 증폭이나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외교부는 "정부는 한미 간 과학기술 및 에너지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미국 정부 관계기관들과 적극 협의 중"이라면서 "이번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외교부는 '보안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 측도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와 협력하는 한국 연구원들이 보안 문제를 일으켰는지, 미국 측에 귀책 사유가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이번 사안이 미국 측 연구소의 민감한 정보가 유출됐거나, 유출 시도가 확인된 데 따라 불거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7월 미국이 한국계 대북전문가인 수미 테리 박사가 외국인대리인 등록법을 위반해 한국 국가정보원 요원들과 접촉하고 민감한 정보를 공유한 혐의가 있다며 그를 체포한 사건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미국 측은 이번 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미국 방문 때 보다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외교부는 "과거에도 한국이 미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됐다가, 미국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제외된 선례가 있었다"라며 향후 한미 간 소통을 통해 민감국가 지정 해제가 가능할 것임을 시사했다.

외교부의 입장은 지난 10일 한국의 '핵 무장론'으로 인해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됐다는 한겨레신문의 보도 일주일 만에 나온 해명이다.

앞서 미 에너지부는 지난 16일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지난 1월 초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 SCL) 최하위 범주에 포함시켰으며, 관련 조치는 공식적으로 내달 15일 발효된다고 밝혔다.

원자력·핵·인공지능(AI)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에너지부의 민감국가에 지정되면 관련 협력에 제한이 생길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북한, 이란 등 미국의 적성국도 민감국가에 포함돼 있어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 회계감사원(GAO)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지난 1980~90년대에도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했다가 해제했던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