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진 8·15행사, 80주년 올해는 봉합?…보훈장관·광복회장 맞손

이종찬 "80주년 사업은 보훈부 중심"…강정애 "합심해 국민통합"
광복회 "탄핵 정국 뉴라이트 뿌리뽑는 계기"…김형석 관장 '변수'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오른쪽)과 이종찬 광복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국가보훈부 제공)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과 이종찬 광복회장은 올해 광복 80주년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합치기로 했다. 광복회가 '뉴라이트'로 지목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으로 인해 지난해 둘로 쪼개졌던 8·15 광복절 행사는 올해는 정부 주관 경축식으로 일원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강 장관은 전날 오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광복회관을 방문해 이 회장과 약 30분간 환담을 나눴다. 강 장관의 이번 광복회 방문은 공법단체들에 대한 신년 인사 차원이었다. 광복회는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로서, 독립 분야의 유일한 공법단체다.

이 회장은 "올해 광복 80주년 사업은 우리 국민의 자부심과 사기를 올리고, 국내외에 대한민국의 명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좋겠다"라며 "특히, 국가보훈부가 중심이 돼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복회는 앞으로 보훈부를 전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유민 광복회 학술원장은 광복 80주년 사업이 △국민통합적 관점에서 △왜곡된 독립운동사를 복원하고 △통일의 염원을 담은 비전을 제시하는 등 3가지 방향으로 추진되길 바라며, 이를 위해 보훈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보훈부는 국가정체성을 책임지는 부처로, 대한민국의 주춧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광복 80주년 사업의 본질적인 부문이 무엇인지 찾아서 보훈부가 중심이 돼 그 역할을 다하겠다"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국내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헤쳐가는데 정부도 역할을 다하지만, 광복회 등 여러 보훈단체가 함께 합심하고 노력한다면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광복회는 김 관장이 항일 독립운동 역사를 부정하는 '뉴라이트' 인사라고 비난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김 관장은 지난해 8월 임명 뒤 1945년 8월 15일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이 '진정한 광복'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8월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어린이합창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8.1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그럼에도 김 관장의 사퇴가 이뤄지지 않자 광복회는 지난해 8월 15일 정부 주관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고 별도 기념식을 열었다. 1965년 설립된 광복회가 대통령 초청 광복절 행사에 불참한 건 처음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역시 일제히 정부 주최 경축식에 불참하고 광복회가 마련한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후에도 보훈부의 광복회 예산 삭감 추진, 독립 분야 공법단체 추가 지정 검토 등의 논란이 이어지면서 올해 광복 80주년 기념식도 파행을 겪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선 갈등을 봉합하고 관계 단체들이 함께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무총리실 중심으로 광복 80주년 정부기념사업단을 꾸려 보훈부와 광복회가 함께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정부 측에 날을 세워온 광복회가 입장을 바꾼 것은 지난달 비상계엄에 실패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위기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광복회는 이를 왜곡된 독립운동사를 복원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광복회 관계자는 "우리가 뉴라이트 청산, 독립운동사 왜곡 반대를 주장해왔는데, 이번 계엄 및 탄핵 사태를 계기로 우리 주장이 옳았다는 게 판명됐다"라며 "정부도 (이를 옹호해온 기조를) 전면 수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부 곳곳에 산재해 있는 뉴라이트 인사들은 나가달라"라고 강조했다.

다만, 광복회는 여전히 김 관장이 광복 80주년 사업 등에 참여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등 갈등의 불씨는 살아있는 모습이다. 광복회 관계자는 "김 관장이 참여하는 광복 80주년은 상상할 수 없다. 그 분과 머리를 맞대 숙의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