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달리고 이륙…고정익 무인기 독도함서 전투실험[르포]

한미 관계자 200여명 참관…"멋지다"
독도함서 착륙은 안돼…경항모 대비하나

지난 12일 동해상 대형수송함 독도함(LPH)에서 고정익 무인기(시제기)를 비행갑판을 통해 이륙시키는 전투실험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2024.11.13/뉴스1

"무인기 이함 10초 전. 9, 8, 7, 6, 5, 4, 3, 2, 1. 무인기 이함!"

(포항=뉴스1) 허고운 기자 = 지난 12일 오후 경북 포항 동쪽 해상에 떠 있던 우리 해군의 대형수송함 '독도함' 비행갑판에서 날개폭 16m, 기체 길이 9m, 높이 3m의 고정익 무인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인기는 비행갑판 위를 힘차게 달리다 7초 만에 공중에 떠올랐다. 이륙거리는 100m가 조금 되지 않았다. 무인기는 고도를 조금씩 높인 뒤 좌측으로 선회하며 조금씩 멀어졌다. 이 무인기는 초계기나 헬기 등 해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른 공중전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비행했다.

독도함 비행갑판에서는 "멋지다", "어떻게 저렇게 이륙거리가 짧아", "너무 조용해서 지나가는 줄도 모르겠다" 등의 말과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 자리에는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해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육군, 해병대, 방위사업청, 한국국방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방산업체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무인기는 잠시 후 랜딩기어와 착륙보조장치를 하강한 채 약 50~70노트 속력으로 독도함 좌현을 근접 통과한 뒤 약 100노트의 속력으로 독도함을 또 한 번 근접 통과했다. 이 무인기는 포항을 향해 떠났고, 이후 해군항공사령부 활주로에 안전하게 착륙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행사는 독도함에서 고정익 무인기를 비행갑판을 통해 이륙시키는 전투실험이었다. 해군은 그동안 함정에서 수직 이착륙 무인기를 운용해 왔는데, 고정익 무인기를 이륙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2일 동해상 대형수송함 독도함(LPH)에서 고정익 무인기(시제기)를 비행갑판을 통해 이륙시키는 전투실험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2024.11.13/뉴스1

전투실험을 주관한 김병재 해군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은 "전투실험을 통해 고정익 무인기 운용에 최적화된 함정 형상과 소요 기술 등을 도출하고, 도출된 결과를 발전시켜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전투체계 중심의 첨단 과학기술군 건설에 매진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전투실험에 투입된 무인기는 미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틱스 시스템(GA-ASI)사가 개발 중인 '모하비' 시제품이다. 모하비는 미군이 운용하는 무인기 MQ-9 '리퍼'와 MC-1 '그레이 이글-ER'을 개량해 만든 것으로, 단거리 이착륙이 가능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 항공기 시제기의 항속시간은 3.5시간이지만, 향후 완성품은 25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정익 무인기는 회전익 무인기에 비해 빠른 속력과 넓은 활동 범위를 갖기 때문에 해상에서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육상의 긴 활주로에서 이착륙하고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함정에서 운용이 제한됐고, 해군은 GA-ASI와 협력해 전투실험을 진행하게 됐다.

모하비는 지난해 8월 미 캘리포니아 엘 미라지 근처 사막에서 비포장 지역 단거리 이착륙 테스트를 성공한 바 있다. 당시 이륙거리는 175m, 착륙거리는 100m였다. 같은 해 11월에는 미국 동부 버지니아 해안에서 영국 해군 '프린스 오브 웨일스'가 모하비의 이착함 실험에 성공했다.

독도함에는 지난 4일 모하비 시제기의 부품이 적재됐고, 전투실험에 앞서 일주일 동안 조립과 시운전 등이 있었다. 미군도 이 무인기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독도함에서는 주한미해군, 미 본토에서 온 육군 인원의 모습도 보였다.

지난 12일 동해상 대형수송함 독도함(LPH)에서 고정익 무인기(시제기)를 비행갑판을 통해 이륙시키는 전투실험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2024.11.13/뉴스1

이번 전투실험은 소요제기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해군은 향후 모하비 혹은 비슷한 종류의 고정익 무인기 도입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보유한 P-3, P-8이 관할해역의 넓이에 비해 부족한 데다 병력자원 감소로 운용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어 무인기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해군 관계자는 "해상초계, 수상 표적을 탐지하고 식별하는 데 고정익 무인기를 사용하는 게 1단계 목표이고 두 번째는 소노부이나 음탐기 등을 장착하는 것"이라며 "마지막으로는 공격까지 가능한 것을 확보 추진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투실험은 고정익 무인기를 운용할 수 있는 경항모 등 대형 함정 도입도 염두에 두고 진행됐다. 독도함의 비행갑판 폭은 21m로, 날개폭 16m의 모하비가 착륙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해군에 모하비가 도입되더라도 현재로선 착륙은 육상에 할 수밖에 없다.

해군 관계자는 "해군은 다양한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 경항모 등 대형 플랫폼도 많이 갈 것"이라며 "전투실험을 통해 많은 기술적 교훈을 얻을 수 있고, 이런 교훈을 향후 15~20년 후 있을 설계나 건조 추진에 잘 녹아들어가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모하비의 개발이 완료되고 각군에 판매될 경우 K-방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무인기의 임무장비 체계통합 등의 작업에 한화가 참여하고 있다. 이번 전투실험에서도 시제기에 태극기-성조기 문양과 함께 GA-ASI 및 한화의 로고가 그려져 있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