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시다 방한에 '우키시마호'로 '선물' 제시…관계 개선 동력될까

日, 나머지 명부도 제공할 예정이지만…'은폐' 사과 빠진건 과제
강제동원 문제 완전 해결 대신 '다른 카드' 제시에 비판 소지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2024.08.15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일본 정부가 '우키시마호'에 탑승한 조선인 명단 일부를 우리 정부에 제출했다. 기시다 총리의 마지막 방한의 '선물'로 관계 개선 동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외교부는 5일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를 입수하기 위해 그간 한일 간 교섭을 가져왔다며 일본 내부 검토를 마친 19건의 일부 자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명단에 대해서도 일본 측은 향후에 우리 측에 제공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외무성도 이번에 한국 측에 제공한 명부가 '승선 명부', '조선인 명부' 등이라고 설명했다.

우키시마호는 광복 직후인 1945년 8월 21일 귀국길에 오른 재일 조선인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한 일본의 해군 수송선이다. 탑승자 대부분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강제노역한 조선인과 그 가족이다.

우키시마호는 부산으로 향하다, 출항 사흘째 돌연 방향을 바꿔 교토 마이즈루항에 기항하려다 선체 밑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결국 침몰했다. 일본은 당시 미국의 기뢰로 인한 사고임을 주장하며 한국인 승선자 524명이 숨졌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생존자들은 패전국 일본이 강제동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고의로 배를 폭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탑승자 수에 대해서도 7000여 명이 탑승했었고 3000명 넘게 숨졌다고 주장해 왔다.

정확한 탑승자 및 사망자 수 집계를 위해 필요한 명부를 두고 일본은 그간 존재 자체를 부인해 왔다. 그러다 최근 일본 언론인의 정보공개 청구에 명부 3개를 뒤늦게 공개하며 '명부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일본의 이번 조치는 6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고별회담'을 하는 기시다 총리가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자신의 '치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놓는 '선물'의 성격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일단 한일관계 개선 흐름에 따른 양국 간 '긴밀한 소통의 결과'라는 판단이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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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본이 그간 명부 존재 자체를 부인해 왔고, 이번에 어쩔 수 없이 일부가 공개되면서 마지못해 우리 측에 제공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80년 가까이 관련 내용을 은폐해 오다 이번에 공개하는 것에 대한 사과 표명도 없었다는 측면에서 '한일관계 훈풍 결과'라고 평가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일본이 우리 측에 명단을 제공한 시점이 공교롭게도 기시다 총리의 방한 전날 이뤄졌다는 점에서,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한일의 최대 이슈였던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배상을 완전히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기시다 총리가 '외교 치적'을 위해 시선 돌리기 성격의 새 카드를 제시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전문가들도 일본이 우키시마호 탑승자 명단을 제공한 것이 관련 문제 해결의 시작점임에는 분명하지만 여전히 과제가 산적하다는 지적이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는 "일본 정부가 제공한 명단은 연구적 차원은 물론 향후 법원에서 준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피해자 지원에 있어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면서도 "남은 명단과 자료도 꾸준히 우리 측에 제공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일본은 당장은 어쩔 수 없이 제공해야만 하는 자료만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