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도광산 '강제' 단어 표기 요구했지만…日은 묵살
외교부 "日 수용 안 해…구체 요구 내용은 공개 곤란"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일본의 사도광산이 지난달 만장일치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가운데 '잡음'이 지속 발생하고 있는 모양새다.
당초 한일 간 협상 과정에서 우리 측은 전시물 설치 예정지인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강제'라는 표현을 명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를 일본 측이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이번에 확인됨에 따라서다.
외교부는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서 "전시 내용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강제'라는 단어가 들어간 일본의 과거 사료 및 전시 문안을 일본 측에 요구했으나 최종적으로 일본은 수용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요구 내용(사료·문안)은 외교관계에 관한 사항으로 일방이 공개하기 곤란함을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그간 협상 과정에서 일본 측에 '강제성이 더 분명히 드러나는 내용'을 요구했고, 일본 정부가 이를 받아들였다고만 언론에 설명해 왔다.
사도광산 갱도와 약 2㎞ 떨어져 있는 아이카와 향토 박물관 안에는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이 전시실은 사도광산 등재 결정이 이뤄진 이튿날인 지난달 28일 개관했다.
전시물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국가총동원법'에 근거한 '국민징용령'이 한반도에 도입돼 1945년까지 사도광산에 1000명 이상의 한반도 출신 노동자가 있었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모집·관 알선에는 조선총독부가 관여했고, 위험한 갱도 내부 작업에 일본인보다 한반도 출신 노동자가 더 많았으며 이들이 월평균 28일을 일했고 식량이 부족하고 사망사고가 나는 환경에서 일했다는 내용 등을 명시했다.
하지만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 노역을 했다'는 내용은 명기되지 않아 지난 2015년 이른바 '군함도' 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때 일본 측이 '강제 노역'(forced to work)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과 후퇴된 조치라는 일각의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조선인 강제노역'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알리겠다는 기존 약속을 일본이 아직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 수정주의'에 대한 의구심은 아직도 걷히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 정부는 그간 해당 전시실에 '강제' 표현이 직접 명시되지 않아도 강제성을 인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견지해 왔다. 또한 세계유산 등재 전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 인근에 전시물을 마련한 것을 '선(先)조치'로, 노동자 추도식 매년 개최하기로 한 것도 평가해 왔다.
한 외교 소식통은 "아키아와 향토박물관 전시물에 강제성을 설명하는 여러 자료를 전시하게 됐다"라며 "이는 군함도 때 일본이 이행을 안 한 것에 교훈을 얻어서 이번엔 선 이행 확보라는 추가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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