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NLL은 유령선"이라며 우리 군함 위협…'경계선 분쟁' 가능성 고조(종합)

연초 NLL 인근 잇단 포사격 이어 이번엔 지대함미사일 발사
전문가 "KN-19 양산·실전배치"…종말단계서 50m 이하 비행

8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대수압도의 포진지가 열려 있다. 2024.1.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서북도서 지역의 군사적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연초 NLL 인근으로 잇달아 포사격을 감행한 북한이 이번엔 NLL을 '유령선'이라고 규정하며 우리 해군 함정들에 대한 '무력행사'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김정은 동지께서 14일 오전 해군에 장비하게 되는 신형 지상대해상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 사격 시험을 지도했다"라고 보도했다. 발사한 미사일들은 23분20초(1400여초)간 동해 상공을 비행해 목표선을 명중 타격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날 발사를 참관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한국 괴뢰들이 국제법적 근거나 합법적 명분도 없는 유령선인 '북방한계선'(NLL)이라는 선을 고수해 보려고 발악하며 3국 어선 및 선박 단속과 해상 순찰과 같은 구실을 내들고 각종 전투함선들을 우리 수역에 침범시키며 주권을 심각히 침해하고 있다"라며 "이제는 우리가 해상 주권을 그 무슨 수사적 표현이나 성명, 발표문으로 지킬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무력행사로, 행동으로 철저히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서해 최북단 섬인 연평도와 백령도를 언급하며 적들이 구축함과 호위함, 쾌속정을 비롯한 전투 함선들을 자주 침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명백한 것은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 국경선을 적이 침범할 시에는 그것을 곧 우리의 주권에 대한 침해로, 무력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 총비서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도 "우리 국가의 남쪽 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진 이상 불법, 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 도발로 간주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은 NLL을 인정하지 않으며 그보다 남쪽에 별도의 '서해 경비계선'을 긋고 이를 해상 경계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1999년 6월 제1차 연평해전을 일으킨 이후 같은 해 9월 NLL 이남에 '서해 경비계선'을 일방적으로 설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백령도·연평도 등 서해 5도 인근 해역 대부분이 북한 관할에 포함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1953년 유엔군사령부가 설정한 NLL을 해상 경계선으로 삼고 있다. 이로 인해 서해 영해권과 NLL을 둘러싼 남북갈등은 2000년대 이후에 반복됐다. 25명의 사상자를 낸 2차 연평해전(2002년 6월29일)은 북한 경비정 2척이 NLL을 침범하면서 시작했다. 2009년 대청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도 NLL 인근 수역에서 발생한 사건들이다.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뉴스를 보고 있는 모습. 2024.2.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와 관련 연초부터 NLL 일대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이 오는 4월 우리나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이 일대에서 국지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달 5~7일 사흘 연속 서해 완충구역에 총 350여발의 포사격을 감행했는데, 사격 방향만 남쪽으로 틀면 서북도서 일대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놓고는 북한이 서북도서 점령 작전을 연습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또한 북한은 현재도 남쪽을 향해 십여 개의 해안포 포문을 개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지대함미사일 검수 사격 시험을 통해 우리 군함을 겨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총비서가 언급한 연평도와 백령도엔 우리 해군의 고속정 등이 배치돼 있다. 연안 경비가 주임무인 고속정엔 지대함미사일 방어 체계가 탑재돼 있진 않다.

다만 최종일 해군 서울공보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호위함급 이상 함정에나 지대함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보면서 "고속정에 대해서 공격을 가했을 땐 제한적이나마 회피 또는 함포를 이용한 교전 등으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날 공개한 신형 지대함미사일 '바다수리-6형'에 대해 "2017년 KN-19로 알려진 지대함미사일을 7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검수 사격, 즉 양산 및 실전배치 수준으로 만들었다는 내용"이라고 분석했다. 이 미사일이 바다수리라고 명명된 것 또한 실전배치 수순에 돌입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다수리는 북한에 드물게 나타나는 희귀 수리 종이라고 한다.

2017년 4월15일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KN-19는 구소련 미사일을 바탕으로 개발된 금성-3 함대함 미사일에 뿌리를 둔 것으로, 당시 4발이 차량형 발사대(TEL)에 실린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2020년 열병식 땐 8발이 탑재된 모습이 확인돼 개량이 거듭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최대 사거리가 200㎞인 KN-19는 탐지·요격을 어렵게 하기 위해 발사 뒤 종말단계에서 고도 50m 이하로 비행하는 시 스키밍(Sea Skimming) 방식으로 운용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엔 미사일 전방 하단부에 탐색기가 부착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양 위원은 김 총비서가 "연평도와 백령도를 언급하면서 해당지역에 대한 군사활동을 지시한 것은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같은 공격을 암시하면서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대함미사일을 대대적으로 NLL에 배치해 우리 해군의 활동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탐지 및 요격 태세를 철저히 갖추고 있다"라면서 "NLL은 우리 군의 변치 않는 해상경계선이며 우리 군은 대비 태세를 완비한 가운데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