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천하' 한밤의 계엄령…정치권 격랑 속으로
초유의 무장 계엄군 국회 난입…여당 '몰랐다' 당혹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앞둬…尹 위헌 논란·탄핵 거론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간밤에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으로 총기를 소지한 계엄군이 국회 내에 강제 진입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비상계엄으로 윤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법적 책임 묻는 과정에서 정국의 흐름에 일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4시 27분쯤 두 번째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날(3일) 오후 10시 27분 첫 번째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여 만이다.
6시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국회 상황은 급박함과 혼란의 연속이었다. 계엄 선포 직후 야당을 중심으로 국회의원들이 속속 국회에 도착했지만 경찰이 한때 국회 진입을 막으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일부 의원과 당직자는 출입문이 폐쇄되자 담을 넘어 국회 경내로 들어오기도 했다. 군 장갑차는 국회로 향했으며 국회 상공에는 군 헬기가 출현했다.
4일 자정 무렵부터는 헬기에서 내린 계엄군이 전신을 무장하고 총기를 소지한 채 국회에 강제로 진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국회 보좌진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치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일부 병력은 창문을 깨고 국회 본청 진입에 성공했고, 보좌진들은 이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소화기를 분사하고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계엄군이 국회 본청에 진입하면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먼저냐, 계엄군의 국회 해산이 먼저냐의 시간 싸움이 됐다. 계엄군 진입 소식을 접한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우원식 의장에게 '빨리 투표하자'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날 새벽 1시쯤 상정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극적으로 가결되자 본회의장에선 환호와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비상계엄 선포는 여당도 사전에 몰랐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는 4일 오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상황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몰랐다"고 말했고, 추경호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저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한 친윤계 중진 의원은 계엄 선포 직후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전혀 귀띔을 받거나 공지 된 게 없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국회 내 상황도 급변하고 있다. 당장 이날 본회의에서 예정됐던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도 연기됐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오늘 본회의에서는 표결하지 않기로 했다"며 "현재 상황에서 다른 것을 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10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이 예고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도 큰 파도가 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김 여사 특검법은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두 번이나 국회 재표결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됐지만, 이번 계엄 선포로 국민의힘 이탈표가 더욱 많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오는 10일까지가 시한인 여야 예산안 추가 논의도 당분간 보류가 불가피하다.
앞으로는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의 절차와 요건을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위법·위헌성' 논쟁이 커질 전망이다.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선포할 수 있는데, 국가적 폭력·소요 사태가 벌어지거나 그럴 조짐이 없던 상황에서 선포한 이번 비상계엄은 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의 위법·위헌성이 인정될 경우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한 만큼 탄핵 사유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에 소극적이었지만, 이날 새벽 의원총회에선 입장을 바꿔 윤 대통령이 자진 사퇴를 하지 않으면 즉시 탄핵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의결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적용이 가능할지 여부도 향후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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