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정협의체, 출범 20일 만에 중단…내년 정원 합의 실패(종합)
정부·여당 "휴지기 중에도 대화 지속"…의료계 참여 단체 "정부 태도 변화 필요"
의료단체, 2025년도 증원 해결책 네 가지 제시했으나 끝내 불발
- 서상혁 기자,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신윤하 기자 = 의료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여야의정 협의체가 2025년도 의과대학 정원 문제에 합의하지 못 하면서 출범 20일 만에 중단됐다. 의료계는 2025년도 수시모집 정원의 정시 이월 중단 등 방안을 제시했으나, 정부는 법적 리스크로 인해 불가능하다는 답을 내놨다.
여야의정 협의체 여당 대표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1일 오후 전체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의료계에서는 2025년도 의과대학 정원 변경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으나, 입시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라며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여야의정 협의체 대표는 당분간 공식적인 회의를 중단하고 휴지기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휴지기 중에도 의료계를 포함해 참여 당사자 간의 대화는 지속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날 2025년도 증원은 불가능하다고 다시 못 박았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가 혼란을 초래하는 조치를 취하는 건 수험생과 교육 현장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2026년 정원부터는 의사인력 추계위원회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면, 정부는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의료계와 논의하겠다"며 "2026년 증원도 입시 일정을 고려하면 논의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내에 더 많은 의료계 단체와 함께 야당에서도 참여해 대화가 다시 시작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의료계는 정부에 2025년도 증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시 중 정시 이월 중단 △예비 합격자 번호 배수 축소 △학습능력 떨어지는 수험생에 대해선 불합격 처리할 자율성 부여 △모집 요강에서의 자율성 부여 등 네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지아 의원은 "법적 부분에서 걸리는 게 있었고, 자율성 부여 역시 국민의 납득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국민을 보고가는 상황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인데, 정부와 여당도 검토를 안 한 게 아니라 많은 것을 검토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렵단 결론을 낸 것"이라고 했다.
협의체 회의는 중단됐지만, 의료계가 요구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자율성 보장 방안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고등교육기관 평가 인증과 관련한 규정 개정안 추진은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회의 재개 시점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휴지기 동안에도 정부와 여당은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주호 장관은 "휴지기 사이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다시 시작할 땐 타결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했다.
'예정된 실패'라는 비판에 대해 당정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만희 의원은 "부족한 면은 있었지만 불신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자리를 같이하면서 여러 문제를 논의할 수 있었다"며 "절차에 따라 논의하기 시작했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됐을지 모른다"고 했다.
이주호 장관은 "그동안에 워낙 불신의 벽이 높아서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면서도 "당분간 휴지기를 갖지만 출발의 의미가 컸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했다.
의료계 대표로 참여한 대한의학회·의대협회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동안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는 2025년도 의대 정원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충분히 검토해 조정안을 제시했다"며 "지난주 협의체 이후 마지막까지 정부의 성의있는 태도 변화를 요청했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떤 응답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더 이상의 협의는 의미가 없으며 정부와 여당이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지금,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는 협의체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국민과 환자 곁을 지키면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 추진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지금이라도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고 했다.
다만 협의체에서 '소기'의 성과는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진우 회장은 "협의체 들어오기 전에 전제 사항으로 의대생 휴학에 대한 조건없는 승인을 이야기했는데, 그 부분이 받아들여진 게 성과"라며 "의평원 등 어느정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성과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와 여당의 '휴지기' 표현을 두고선 "그건 정부·여당의 입장인 것 같고, 우리는 그렇진 않은 것 같다"며 "정부·여당에서 의대 정원에 대한 확실한 태도 변화, 정책 변화를 보여주면 그때 가서 다시 판단하고 논의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회의 재개 시점에 대해 "정부에 달려있다"며 "정치권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인식의 차이가 커, 신뢰 회복을 위해선 정말 긴 시간이 걸리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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