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에 수해 긴급 물자 지원 제안…"조속한 호응 기대"(종합)
적십자사 통해 지원 제안…尹정부 들어 두번째 인도지원 제의
최악 남북 국면 속 호응 미지수…통일부 "예단 않고 호응 기대"
- 유민주 기자,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최소망 기자 = 정부가 최근 평안북도와 자강도 등 압록강 일대에서 발생한 수해와 관련해 북한에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1일 밝혔다. 다만 최악의 남북관계 국면 속에서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박종술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3층 브리핑실에서 "우리측은 북한 주민들이 처한 인도적 어려움에 대해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견지에서 북한의 이재민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물자들을 신속히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이어 "지원 품목·규모·지원 방식 등에 대해서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와 협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북한의 조속한 호응을 기대했다.
박 사무총장은 "최근 북한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북한 주민들에게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폭우로 피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도 전했다.
정부가 국제기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대북 수해지원을 제의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면서 "수해지원은 긴급구호 성격이어서 통상적으로 직접 지원을 많이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도적 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정부가 언제든지 인도적 지원에 열려있다는 입장 지속 표명해 왔다"면서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올해 피해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제안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많다. 북한은 지난 2011년과 2012년 두차례 수해 지원을 제의했을 때도 2011년에는 무응답으로, 2012년에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도 지난 2022년 5월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했을 때 의료품 지원을 제의한 바 있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았다.
현재 남북 간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포함한 소통 중인 남북 채널도 모두 끊긴 상황이다. 언론을 통해 지원 용의를 밝힌 것도 이를 전달할 채널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당국자는 "상황을 예단하지 않겠다"라면서 "우리 측 제의에 호응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지원 품목과 규모에 대해선 "이재민 긴급 물자 중심으로 우선 검토를 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것은 북과 협의해서 결정할 것이고 이재민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비상식량, 의약품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 형식은 "서면, 대면, 제3국 혹은 재외공관에서의 협의 등으로 열려있다"고 말했다.
적십자사가 지원 제안을 발표했으나 예산은 남북협력기금으로 집행되는 만큼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지원이다. 당국자는 "정부와 적십자사 공동 협의해서 직십자사가 지원 주체가 되고 예산은 정부기금으로 집행된다"면서 "정부의 지원 제안으로 봐도 무방하다"라고 설명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2000년 이후 북한에서 수해 발생 시 인도적 차원에서 총 1297억원 상당을 지원해 왔다. △2005년 2억(구호물품) △2006년 800억(쌀, 구호물품, 자재장비 등) △2007년 423억(구호물품, 자재장비 등) △2010년 72억(쌀, 컵라면, 시멘트)으로 집계된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달 27일 압록강 일대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는 4100여 세대 살림집과 근 3000정보의 농경지를 비롯해 수많은 공공건물들과 시설물, 도로, 철길들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또 인명피해도 있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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