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잠수부 사고 진상규명 요구 커지는데…연락 피하는 하청대표
지난달 30일 잠수 작업하다 사망…원하청 대표 형사 입건
산업안전보건기준 안지켜졌나…해경·노동부 조사 중
-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울산 동구 HD현대미포 조선소 1안벽에서 잠수 작업을 하던 김기범씨가 숨진 지 보름이 넘은 가운데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통한 진상규명 촉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울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김씨가 소속됐던 하청업체인 대한마린산업 대표는 지난 5일 출석한 이후 수사기관의 연락을 피하고 있다.
HD현대미포 소속 안전관리자 2명은 1월 초 한 차례씩 조사받았고, 김형관 HD현대미포 대표는 아직 조사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현재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해경과 고용노동부에 형사 입건된 상태다.
사고 당일인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14분께 김씨는 동료 잠수부와 선박 하부 촬영을 위해 1차 잠수를 한 뒤 시야가 좋지 않아 11시 20분께 뭍으로 복귀했다.
김씨는 8분간 휴식을 가진 뒤 30분가량 잠수 작업을 할 수 있는 산소통을 멘 채 홀로 2차 잠수를 했다가 의식을 잃었다.
김씨가 입수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나도 올라오지 않자, 오후 1시 11분께 동료 작업자가 사내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과 해경은 오후 3시 34분께 수중 카메라로 김씨를 발견하고 오후 4시 3분께 인양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따르면 스쿠버 잠수 작업 시 반드시 ‘2인 1조’를 지키고, 감시인을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원청 안전관리자는 김씨가 홀로 재입수한 직후인 오전 11시 30분께 현장을 떠났다.
현장에 있었던 하청 안전관리자는 잠수 관련 업무를 수행한 지 1개월 된 감시인이었으며, 김씨와 함께 작업했던 동료 잠수부도 산업 잠수 경력이 1개월도 채 안 된다.

또 현장에는 비상기체통이나 신호줄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유사시에 대비해 잠수사는 신호줄을 달고 입수하는데, 뭍에 있는 감시인이 줄을 당기는 식으로 신호를 주고받게 된다.
유족 측은 대한마린산업이 사회 초년생들에게 위험한 잠수 작업을 맡기면서 안전 교육 등을 하지 않은 점을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고 있다.
또 원청인 HD현대미포가 잠수작업을 도급한 하청에 안전관리도 함께 ‘외주화’하면서 안전조치를 확인하지 않고, 잠수 작업과 관련한 위험성 평가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한마린산업은 HD현대미포가 잠수 작업 계약을 맺은 4개 업체 중 한 곳으로, 2018년부터 도급을 받았다.
HD현대미포 측은 하청 업체 대표와 연락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원만하게 사고를 수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상 원청은 자신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노동자의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
지난해 김씨처럼 잠수 작업을 하다 숨진 청년 하청 노동자는 3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국 조선소에서 숨진 노동자 28명 중 23명이 하청 노동자였다.
진보당 울산시당은 전날 시의회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노동자는 있고, 책임지는 사용주는 없는 청년 잠수사 사망사고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울산시당도 성명서를 내고 “해경과 고용노동부는 원청인 HD현대미포(주)와 그 경영책임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syk00012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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