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 88세가 감시하고 81세가 끈다…충북 올해도 '올드 진화대'
고령사회 감시원 평균 64세, 진화대 62세
- 박재원 기자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지난 22일 경남 산청군 산불에 고립 돼 숨진 진화대원 중 3명이 60대이고, 올해 1월에는 전남 장성군의 진화대 체력검정 과정서 70대 응시자가 심정지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심각한 고령사회의 단편을 보여주듯 노인 세대로 분류하는 60대 이상이 '전문 진화대'로 활동하는 현실이 이제는 예삿일이 됐다.
충북 역시 상황은 매한가지다. 25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올해 도내에는 산불감시원 825명, 산불진화대 658명이 활동한다. 도내 각 시군에서 자격 검증을 거쳐 감시원과 진화대원을 선발했다.
감시원의 평균 연령은 64.2세대다. 이들 중 최고령자는 88세 청주 시민이다. 이어 진천 82세, 음성‧단양 각 81세가 다음이다.
감시원은 그나마 감시·계도, 홍보물 부착 등 현장 투입 없이 예방 활동 위주여서 나이에 크게 상관이 없다는 평가도 있으나 문제는 진화대원이다.
진화대원은 산불 현장에 투입돼 불을 끄거나 이를 보조한다. 긴박한 상황에서 개인용 소화 장비인 등짐펌프를 지고 산악지형을 오르내리는 고단한 임무다.
개인용 소화 장비는 15㎏ 정도에 달해 건장한 성인 남성도 다소 벅찰 수 있다. 이 같은 업무 특성상 진화대는 '전문'을 붙여 '산불전문예방진화대'라고 한다.
도내 전문진화대의 평균 연령은 62.7세대다. 최고령자는 충주‧제천‧단양 각 81세다. 이어 진천 80세, 증평 78세다.
과거 3년 전만 해도 도내 진화대원 최고령자는 75세, 74세였으나 이제는 80세를 넘겨 고령화 속도가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급격한 고령화로 진화대원 체력 검정도 완화했다. 시군별 검정 방식이 다르지만 통상 등짐펌프를 메고 2.7㎞를 완주해야 했으나 현재는 1.4㎞로 단축했다.
예전에는 자격 조건을 55세까지 제한 적도 있으나 참여자가 없어 이를 폐지하고, 현재는 18세 이상이면 나이 제한 없이 할 수 있다.
긴박한 상황에서 현장 활동이 힘에 부칠 수 있는 연령대지만, 이들마저 없다면 아예 진화대를 꾸려나가지 못할 수 있다는 게 자치단체의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진화대만이라도 공공형 일자리 형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한다. 진화대를 자치단체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으로 추진하다 보니 고소득자나 고액자산가는 감점 처리해 참여를 제한한다.
여기에 장애인, 위기 청소년, 여성 가장 등에게 진화대원 모집 때 가점을 부여하는 것도 현실에 맞질 않는다고 지적한다.
도내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에서 60대 미만 진화대를 뽑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지역 사정과 지형을 잘 아는 마을 주민을 선발하고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한계도 개선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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