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터로 XX 지지고"…잔혹 괴롭힘 끝 살인자가 된 '학폭 피해자'
법원, 살인 혐의 10대에 '장기 5년 및 단기 3년' 선고
자위행위 시키고, 촬영하기도…끝내 흉기 휘둘러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지난 4월 14일 새벽 강원 삼척의 한 주택. 이 집에 살고 있는 A 씨(18)와 그의 중학교 동창 B 씨(18), C 씨(18)가 마주 앉은 자리엔 소주와 술잔이 놓여있었다.
올해로 성인이 된 중학교 동창끼리 술잔을 기울이며 우정이라도 다지는 것이었을까.
그러나 이 '술자리'는 친목이 아닌 과거 학폭 피해자였던 A 씨를 잔혹하게 괴롭히기 위해 철저히 계획된 자리였다.
전날 밤부터 시작된 술자리에서 중학교 동창 B 씨는 A 씨에게 억지로 술을 먹였다. 또 라이터로 A 씨의 성기와 머리카락을 지지기도 했다. 또 나체 상태로 자위행위를 하게 하거나 항문에 이물질을 넣도록 강요했다.
이들은 이런 가혹행위를 약 3시간 동안 이어가며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이들의 괴롭힘은 단지 이날뿐만이 아닌 학창 시절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학교 3학년 재학 시절 삼척으로 전학을 온 A 씨는 경계선 단계의 인지 능력 탓에 일반 학교 특수반에 속했다. 이 같은 A 씨의 사정은 친구들의 괴롭힘 '타깃'이 돼 괴롭힘을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밤새 괴롭힘을 당하다 참지 못한 A 씨는 이날 새벽 2시 30분쯤 끝내 B 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학폭 피해자'였던 A 씨는 '살인자'가 됐고, 가혹행위를 일삼은 B 씨는 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됐다.
이 사건으로 A 씨는 5일 연갈색 수의를 입고 법의 심판을 받기 위해 피고인석에 섰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2형사부(권상표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장기 5년 및 단기 3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에서 A 씨는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고, 사건 당시 상당한 양의 소주를 마시고 신경정신과 처방약을 복용한 상태였다는 것을 근거로 심신상실과 심신미약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건 전날 피해자 등 일행이 피고인 집에 방문하게 된 경위와 괴롭힘을 당한 경위, 내용 등을 비교적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어 변별 능력이나 행위 통제력을 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피고인은 수사기관 조사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순간 주방에 있는 흉기를 꺼내 피해자를 찔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등 범행 동기와 경위, 내용 등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있다고 보고 검찰 기소 내용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중대한 법익을 침해당했고, 피해자 유족들에게도 어려운 큰 고통과 상처가 발생했다"며 "피고인 측이 피해 회복을 위해 형사 공탁을 했으나 피해자 유족 측이 그 수용을 거절하는 등 피고인은 피해자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고, 피해자의 부친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인격 말살에 가까운 폭력과 가혹 행위를 당한 피고인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은 계획적인 살인 범행이 아니라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견디기 힘든 괴롭힘을 당해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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