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언제 집에 갈 수 있으려나"…수해 주민들 복구 '구슬땀'
주민 18명 고립됐던 완주 운주면…휴일에도 복구 분주
"전기·수도 끊긴 집 치워도 끝없어"…비 소식에 '걱정'
- 강교현 기자
(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비가 또 쏟아진다는데 걱정돼."
14일 오전 8시께 전북자치도 완주군 운주면 행정복지센터 2층 대피소에서 만난 주민 박화자 씨(76)는 빨래를 널며 이렇게 말했다.
박 씨는 지난 10일 새벽 쏟아진 폭우로 집에 물이 들어차기 시작하자 고립된 후 남편과 함께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돼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임시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다.
비가 그친 뒤 찾아간 집은 엉망이었다고 박 씨는 전했다. 그는 "집에 가봤는데 전기고, 수도고, 제대로 돌아가는 게 하나도 없다"며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서 옷가지 몇 개만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를 피해 대피했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 지금도 엉망이 된 집을 생각하면 입맛도 없고 한숨만 나온다"며 "그래도 내가 버텨야 바깥사람도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애써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토로했다.
비가 그치면서 주민들은 수해 복구에 나서고 있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은 아직도 마을 곳곳에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집 밖으로 꺼낸 옷장과 가전제품 등 가재도구와 살림살이들은 여전히 도로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폭우로 하천 제방이 무너졌던 운주초등학교 인근 하천에서도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하천 한 가운데에서는 포클레인 3대가 분주하게 쌓아놓은 흙을 퍼 나르고 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주민 이 모 씨(62)는 "비가 그친 뒤 며칠째 집 안 정리를 하고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많은 분 도움으로 복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조만간 또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걱정이 앞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 A 씨도 이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언제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답답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 10일 완주군 운주면 일대에서는 주민 18명이 밤사이 쏟아진 폭우로 인해 불어난 하천물에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주민들은 신고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무사히 구조된 바 있다.
완주군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 현황은 공공시설 232건, 사유 시설 684건 등이다. 총피해액은 110억원으로 잠정 추정된다.
군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복구를 위해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이 연일 투입하고 있다.
특히 피해가 큰 운주면에 인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임시거처가 마련된 운주면행정복지센터에는 주말 긴급 의료반을 운영해 주민들의 감염병 예방과 건강 상태 체크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특별재난지역' 조기 선포를 위해 현장 피해조사도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
완주군 관계자는 "신속한 피해 조사와 응급 복구를 통해 주민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일상이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kyohyun2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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