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죽이겠다"…허위 신고 50대 '훈방' 논란
'코드 제로' 출동…흉기 없는 점 등 고려 훈계·석방
상습 '허위 신고'…일각선 "현실 외면한 판단" 지적
- 김기현 기자, 양희문 기자
(고양=뉴스1) 김기현 양희문 기자 = 만취 상태로 "터미널에서 흉기로 다 죽여버리겠다"고 허위 신고한 50대 남성이 아무런 처벌 없이 풀려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연일 '흉기 난동'이나 '살인 예고' 등 범행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경기 일산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9시 50분쯤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에서 "터미널에서 칼 들고 다 죽여버리겠다. 빨리 와라"라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곧바로 '코드 제로'를 발령하고, 현장에 출동해 신고자인 50대 남성 A 씨를 붙잡았다. 코드 제로는 살인 등이 의심될 경우 발령되는 경찰 업무 매뉴얼 중 위급사항 최고 단계다.
A 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허위 신고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또 과거부터 상습적으로 허위 신고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 씨는 다른 범죄로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벌금을 납부하지 못 해 수감기관에 머물다 최근 출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은 A 씨를 '훈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훈방은 비교적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훈계만 하고, 석방하는 조치를 말한다.
현행 경범죄 처벌법은 112에 허위 신고할 경우에는 60만 원 이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에 지난 7월 3일부터 시행된 '112 신고의 운영 및 처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500만 원 이하 과태료 처분도 가능하다.
거짓 신고에 따라 공무원이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오인하면서 대응 조치가 이뤄졌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도 적용될 수 있다.
반면 경찰은 △A 씨가 검거 당시 흉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았던 점 △A 씨가 최근 출소한 점 △A 씨 나이가 고령인 점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그러면서 A 씨가 허위 신고를 한 이유는 개인 정보 유출 우려 등을 사유로 구체적인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으나 아무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훈방 조치한 것"이라며 "여러 사정을 감안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경찰 조치를 두고,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 등 범죄가 잇따라 터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못 한 부적절한 처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A 씨 허위 신고 내용과 같은 살인 예고 범죄 처벌 사례는 많다. 최근에는 네 차례에 걸쳐 112에 "유치원에 가 100명을 죽이겠다" 등 내용으로 신고한 50대 남성 B 씨가 징역 9월·벌금 6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B 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험료를 인출해 갔다는 이유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경찰 등 공무원 32명이 B 씨 주거지 등으로 출동해 수색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은 전과 17범으로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여러 차례 있음에도 전혀 자숙하지 않고, 다시 죄를 저지른 점을 고려하면 징역형 및 벌금형을 선택함이 합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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