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앞에서 차 돌리는 구급차량…'심정지 직전' 응급실(종합)
아주대병원 '심정지 환자'만 수용…'배후 의료' 부족에 부산 환자 사망
응급환자 몰린 조선대병원, 코앞 심정지 여대생 수용 못해
- 최성국 기자, 이승현 기자, 유재규 기자, 장광일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이승현 유재규 장광일 기자 = 응급실에 밀려드는 환자와 의료진 부족 문제로 긴급조치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을 제때 수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지역 병원 응급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사설구급대는 희미하게 자가 호흡 중인 환자 A 씨(87)를 경기도 상급종합병원 중 하나인 아주대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A 씨를 옮겨온 사설 구급대원은 "산소공급 마스크에 겨우 의지할 수 있는데, 초중증 환자가 아니라며 병원 측 관계자가 제지,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으로부터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구체적인 환자 상태 등은 진단을 통해 확인해 봐야 한다. 그러나 병원 측 관계자가 돌려 내보내 알 수 없다"며 약 12분 뒤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이보다 앞서 이곳 응급실에 도착한 구급차량 2~3대도 환자를 내려주지 못한 채 돌아가기 일쑤였다.
아주대병원은 이날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7시~금요일 오전 7시엔 16세 이상 환자의 경우 심정지 환자만 받는다고 밝혔다. 이 병원 응급실엔 당초 14명의 전문의가 있었으나, 3명이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돼 현재는 11명이 근무 중이다.
광주 상급종합병원 중 하나인 조선대학교병원에서도 중증 환자 발생·의료진 부족 문제가 맞물려 긴급 환자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왔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7시 40분쯤 광주시 동구 조선대학교 체육대학 인근 공원에 대학생 B 씨(20·여)가 쓰러져 있다는 환경미화원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발견 당시 B 씨는 심정지 상태였다.
소방당국은 현장에서 B 씨가 발견된 100~200m 거리에 있는 조선대학교병원 응급실에 심정지 환자 이송을 문의했지만 수용 불가 답변이 돌아왔다.
확인 결과 당시 조선대병원 응급실에는 타과 지원 근무를 나온 전문의 2명이 다른 응급환자들을 처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병원 측은 "다른 응급환자를 처지 중이라 여력이 없다. 응급처치가 가능한 전남대병원으로 이송하길 바란다"고 응답했다.
결국 B 씨는 8분 거리에 있는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다행히 조선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은 거리가 가깝다. B 씨는 현재 심정지 상태에서는 벗어났으나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대병원 응급의학과에는 7명의 교수가 근무하지만 올해 2월 전공의 사직 대란으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의료진 번아웃을 고려해 조선대병원은 매주 1회 타 진료과 전문의의 지원을 받아 응급실 근무에 투입하기로 했다. 타과 전문의 지원은 전날 처음 시행됐다.
부산에서도 공사 현장에서 추락한 70대 근로자 C 씨가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수술할 의사를 찾지 못해 숨졌다.
C 씨는 지난 2일 오전 8시 11분 부산 기장군 한 축산시설 신축공사 현장에서 자재를 운반하던 중 2층 높이 계단에서 추락했다.
동료 작업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응급처치 후 C 씨의 진료가 가능한 응급실을 찾기 위해 인근 병원에 문의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구급대원들은 10여 분간 문의를 계속한 끝에 C 씨를 부산 고신대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으나 사고현장과 병원의 거리가 있어 이동 시간에만 30분 정도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접수 1시간 12분 뒤에 병원에 도착한 C 씨는 긴급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고신대병원도 당시 의료진이 부족해 수술이 불가능했다.
병원 측에서 수술이 가능한 다른 곳을 알아보던 중 C 씨는 이날 12시 30분쯤 숨졌다.
고신대병원 관계자는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소방에게 미리 고지했었다"며 "응급처치와 정확한 검진을 위해 일단 고신대병원으로 올 수 있도록 조치했으나 이같이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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