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새 야구장에 광주시민은 '없다'?

구장명칭에 조형물 논란 '여론 수렴 안됐다' 지적, 市 책임론 부상

(광주=뉴스1) 박중재 기자 = 광주 새 야구장 '광주-KIA 챔피언스필드'가 공정률 80%를 기록하며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광주 새 야구장 전경/사진제공=광주시© News1

</figure>광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광주 새 야구장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 야구장 명칭에 이어 상징 조형물로 선정된 '광주사람들'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지만 정작 야구장의 주인인 시민들은 배제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 새 야구장에 들어설 조형물에 대해 사실상 '표절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됨에 따라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 이를 논의할 방침이다.

시는 최근 '광주사람들' 조형물이 일본 코나미사 1997년 제작한 '악마성 드라큐라 X 월하의 야상곡'에 나온 몬스터 '레기온'의 모습을 도용한 것 같다는 한 미술단체의 답변을 받았다.

'기괴'한 형상의 조형물이 새 야구장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다는 반대 여론에 이어 일각에서 제기된 표절 의혹에 대해 '유사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까지 제시된 것이다.

시는 비슷한 의혹이 제기됐던 세종종합청사 사례를 들며 미술전문가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 조형물에 대한 시의 최종입장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논란을 시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지역 미술계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새 야구장 조형물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 구성이 적절치 않았다는 것이다.

시는 작품선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 대학교수를 제외한 채 타 지역 교수로 심사위원을 위촉했다. 교수들의 전공은 조소 2명, 동양화와 서양화 각 1명, 세라믹 산업디자인 1명, 산업디자인 1명, 건축학과 1명 등으로 구성됐는데 야구장 조형물 선정과 연관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역 미술계 한 인사는 "시가 입체 조형물과 부조를 공고하는데 심사위원을 살펴보면 위원장은 도자기 전공이었고 관련 전공인 조소쪽 전문가는 2명밖에 되지 않았다"며 "시가 심사위원 구성에서부터 이러한 노력이 부족해 보였다"고 지적했다.

야구장 조형물 논란에 대한 대응 방식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시는 '광주사람들'이 지나치게 어둡고 암울한 이미지로 새 야구장을 상징하는 조형물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에 표절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21일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선작 작가가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세 가지 안을 마련, 시민 선호도 등을 실시해 시 미술작품 심의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투명하고 적합한 작품공모 절차에 따라 선정된 당선작에 대해 제작·설치권이 공고문에 부여된 만큼 새로운 작품을 선정하는 등의 절차는 갖지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표절 가능성'에 대한 판단도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방침을 천명한 것이다.

시가 새 야구장 조형물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위해 별도의 위원회 구성까지 검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또 다른 논쟁거리를 제공한 셈이다.

앞서 시는 지난 16일 광주 새 야구경기장 건립공사 미술작품 제작·설치 공모 당선작으로 조각가 배모씨가 출품한 '광주 사람들'을 선정했다.

'다수의 인체가 결합된 공의 형태로 야구를 통해 하나된 광주사람들을 상징적으로 형상화 했다'는 이 작품은 내년 2월까지 새 야구장에 설치될 예정이었다.

새 야구장 명칭 선정 과정에서도 '시민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시는 기아자동차 측에 구장 명칭 사용권을 부여했다며 기아 측이 제시한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를 구장 명칭으로 확정했다. 야구팬들 사이에 이 명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많았지만 시는 형식적 여론수렴 과정만 거친 뒤 기아 측의 입장을 100% 수용했었다.

회사원 조모(38)씨는 "광주 새 야구장은 광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장소인데 구장명칭이나 조형물 등에 대한 시민들의 여론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다"며 "야구장 조형물이라도 시민들 다수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광주 새 야구장인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는 총 사업비 994억원을 들여 지하 2층~지상5층, 2만 2244석 규모로 올 연말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내년 프로야구 시즌부터 KIA타이거즈 홈구장으로 사용된다.

be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