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6시간…행복주택 대기자들 "경찰, 화장실도 못가게 했다"

실신·선착순 취소 등 여러 사고 잇따라
부산도시공사 사과, 청약 일정 변경

5일 부산도시공사 정문 앞에 행복주택 청약 안내문이 붙어 있다.2024.8.5.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손연우 장광일 기자 = "현장 통제가 안 돼 경찰이 배치됐는데, 경찰이 화장실도 못 가게 했다."

부산 행복주택 입주 신청을 위해 5일 오전 6시 30분쯤 부산도시공사 본사에 도착한 명륜동 주민 20대 이 모 씨는 "경찰이 공사 건물에서 한 번이라도 나오면 못 들어가게 했고 물을 먹고 싶다고,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문의해도 다른 건물 화장실을 이용하라고 안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시민에게는 '자꾸 멋대로 행동하면 벌금 먹일 것'이라고 협박까지 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발적 폭력 예방을 위해 일시적으로 내·외부를 차단하고 인근 건물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공사 내부 1층에서는 항의 등으로 혼잡한 상황에서 통제와 혼잡 정리를 위해 건물 밖으로 안내했으나, 통제에 따른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통제불능 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음을 고지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체감온도는 34도를 웃돌았고 그늘 없이 대기줄은 수백미터에 달했다.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몰렸으나 현장 대응을 위한 공사 직원은 2명이 전부였다. 급기야 경찰이 투입돼 신청자들을 막아서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행복주택 접수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다. 선착순 모집 방식인 탓에 시민들은 오전 6시 전후부터 대기하기 시작했고 시민 중에는 이날 낮 12시까지 6시간 정도를 폭염 속에서 기다려야 했다.

행복 주택 모집 대상은 무주택세대 구성원인 신혼부부, 고령자, 주거급여수급자 계층(대학생과 청년 계층은 무주택자)이다. 현장에 있던 대기자들에 따르면 노인들도 많았고 임산부들도 여럿 있었다. 대기하던 여성 1명이 갑자기 쓰러져 119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5일 부산도시공사 누리집에 올라온 사과문.(부산도시공사 누리집 갈무리)

대기자들은 "공공기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수준의 부실 행정"이라고 입을 모았으며, 공사 홈페이지에도 항의글이 빗발치고 있다.

현장에서 20대 이아현 씨는 "접수 시작 시각인 오전 8시 이전에 온 시민들은 모두 건물 내부에서 대기했는데, 접수시간 시작인 오전 8시 이후 공사 직원이 갑자기 밖에서 추첨을 진행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밖으로 나가서 다시 기다려 번호표를 뽑는 바람에 일찍왔는데도 대기번호 320번대를 뽑았다"며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 중에 번호표를 뽑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대기자 김모 씨는 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화가 치밀어오른다. 수많은 사람이 이 날씨에 설명 한마디 못 듣고 몇시간 동안 서서 대기만 했다"며 "월요일 아침에 없는 시간 빼서 반차, 월차 내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XX식으로 일하면 안 된다"고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알맹이 없고 추상적인 얘기 늘어놓지 말고 책임자 처벌하고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정확한 사고 경위와 현실적인 해결방안 공지해달라"고 했다.

공사 측은 이날 오후 6시가 지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공사 측은 "앞으로 추진할 임대주택 입주자모집 과정에서 좀 더 세심하고 공정한 절차와 처신으로 공정과 신뢰를 담보할 수 있도록 더욱 심기일전할 것임을 다짐한다"며 "전 임직원이 다시 한번 업무태도와 기강을 확실히 세울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공사 측은 당초 5일 하루 진행 예정이었던 경동 포레스 트힐 행복주택 아미, 시청앞 행복주택 2단지 청약 접수를 9일까지 현장 선착순 모집과 우편 접수로 병행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입주자 선정 방식도 선착순에서 추첨으로 바꿨다.

6일 동래행복주택과 더 파크이기대, 7일 금호 센트럴베이 행복주택 일광 청약 일정도 12일부터 21일까지로 변경했다.

syw534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