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침묵의 병' 신장암, 자각증상 땐 다른 장기에 이미 전이
국소단계일 때 5년 생존율 90% 이상, '원격전이' 땐 18.6%
재발률 높아, 수술 후 항암 보조요법 받아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특별한 증상이 없고 스스로 자각하기 어려운 질환을 일컬어 '침묵의 병' 또는 그런 질환이 발생하는 장기를 '침묵의 장기'라고 한다. 신장암도 특별한 증상이 없어 병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환자가 모르고 지내다 건강검진이나 다른 병을 치료하다가 뒤늦게 발견한다.
이처럼 신장암은 조용하지만, 치명적으로 스며드는 '침묵의 암'이다. 비뇨의학과 의료진은 29일 "대표적인 증상인 옆구리 통증, 혈뇨 등이 나타났을 때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신장암은 국내 전체 암 발생률 10위(2.4%)다. 특히 남성의 발병률이 높다. 연령별로 70대 이상(28.5%), 60대(26.6%), 50대(16.3%) 순으로 많다. 중년 이상 남성에게 발병률이 높은 질환이지만 근래에는 발병 연령대가 점차 젊어지고 있다.
대부분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으며 증상도 늦게 나타난다. 초음파 등이 포함된 건강검진의 확산으로 주로 초기에 발견되지만, 환자의 30%는 다른 장기 등으로 전이된 '원격 전이' 상태로 발견된다.
신장암은 암이 신장 안에만 존재하는 국소 단계일 경우 5년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예후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원격 전이 환자의 경우 5년 생존율이 18.6%로 급격히 하락하는 게 특징이다.
신장에서 발생하는 종양 대부분은 신장 자체에서 발생하는 원발성 종양이며 그중 85~90%는 악성 종양인 신세포암이다. 일반적으로 신장암으로 불리는 질환의 대부분은 '신세포암'을 의미한다.
신세포암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흡연, 비만, 고혈압 등 생활 습관이나 만성 신부전 같은 기존 신질환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 요인도 큰 역할을 한다. 신세포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위험도가 4~5배 증가한다.
여러 장기에 양성 및 악성 종양을 초래하는 '폰히펠-린다우 증후군'(Von Hippel-Lindau syndrome, VHL) 같은 유전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60~70%의 환자에서 신세포암이 발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송채린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설명하기를 암 환자에게 수술은 가장 중요한 치료다. 수술을 통해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치료뿐 아니라, 암세포의 침범 범위를 알 수 있고 재발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포암은 수술할 수 있는 경우 완치율이 높지만, 재발 고위험군의 경우 수술 후 재발 우려가 크다. 통계적으로 신세포암은 수술 후 첫 1~2년 사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고 국소 단계에서 수술받은 경우에도 최대 40%의 환자가 재발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수술 후 항암화학(보조)요법이 필요하다. 송 교수는 "2022년부터 면역항암제가 신세포암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게 환자 재발률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2년 상반기까지만해도 신세포암 환자들은 다른 암과 달리 항암화학요법 효과가 현저히 낮다는 사실에 좌절해야 했다. 하지만 2022년 7월 펨브롤리주맙이라는 성분의 약이 신세포암 환자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국내 허가가 나면서, 환자들이 면역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허가의 기반이 된 임상 연구를 보면, 2년 6개월여 추적 기간 이 약으로 치료한 환자는 위약군보다 신장암 재발 및 사망 위험률이 약 37% 감소했다. 환자가 재발과 전이의 두려움에 벗어날 수 있는 치료법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게 송 교수 설명이다.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효과가 입증됐으나 아직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송 교수는 "급여가 적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재난적 의료비 같은 치료비 지원 제도가 있으니, 환자들이 낙심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치료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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