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의협, 의대증원 발표 앞둔 마지막 대화도 '파국'

"정부, 일방 통보…독단 정책의 극치" vs "의협 주장 사실 아냐"
의료현안협의체 개최 20분만에 고성 주고받은 뒤 퇴장

양동호 대한의사협회 의료현안협의체 협상단장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비즈허브 서울센터에서 열린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증원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후 보건의료정책 심의 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고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할 전망이다. 2024.2.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증원 규모 발표를 앞둔 6일 오전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회의 시작 20분도 안 돼 서로 '일방적으로 정하지 말라', '일방적인 주장을 하지 말라'는 등의 고성을 주고받은 뒤 퇴장해 사실상 마지막 합의 기회마저 날리고 말았다.

복지부와 의사협회는 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비즈허브서울센터에서 제28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열었다. 그러나 10여 분 뒤 입장한 의협 측은 "정부가 의대증원 규모를 의협 측에 통보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면서 "(의협은) 오늘 회의를 하러 온 게 아니라 입장을 전하러 왔다"고 했다.

의협 측 양동호 협상단장(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확대 통보를 독단정책의 극치로 단정하고, 정부의 독선적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단장은 "의협은 정부 의대증원 정책에 대해 부작용과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정부를 존중하며 바람직한 정책 마련을 위해 협조해 왔고 국민 이해를 돕기 위해 TV 토론이나 끝장토론 등을 제안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계 제안을 송두리째 무시하고, 근거 없는 의대증원 수치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기에 이르렀다"면서 "지금이라도 무책임한 정책의 무리한 추진을 당장 멈추고 의료계와의 진실된 논의를 통해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의대 증원 정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의료계의 진심 어린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전국 14만 의사와 의대생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며 "의료계와 소통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되는 의대증원 정책으로 발생하게 될 대한민국 의료와 미래 붕괴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양 단장이 발언을 마친 즉시 의협 측 협상단이 퇴장하자 복지부 협상단장인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도 "(저희도) 입장을 밝히고 퇴장하겠다"며 "정부는 의협의 의대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지난달 15일 요청했고, 오랜 기다림에도 공식적·비공식적으로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정책관은 "끝까지 답변하지 않은 채 합의만을 주장한다. 공식 의견을 제출하지 않은 것은 의견 반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의협과 의료계의 충분한 의견을 듣기 위해 논의해 왔고, 그게 국민 생명과 건강이 달린 문제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의사단체와 합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 추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닌 의사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복지부 측도 5분간의 발언 후 현장을 떠났다.

양동호 대한의사협회 의료현안협의체 협상단장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비즈허브 서울센터에서 열린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증원 관련 입장만 발표한 후 그대로 회의장을 나선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2.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양 단장은 현장을 떠난 직후 기자들에게 "갑자기 어제 (정부에서) 연락 와, 오늘 협의체를 열려고 했다. 보정심에서 우리를, 협의체를 들러리로 생각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얼마 전 정부가 밝힌 필수의료 패키지가 그동안 수차례 합의한 사항과 동떨어진 내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 단장은 의협 집행부가 보정심 개최와 정부 발표 등을 보고 향후 대응 계획을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정부가 (우리와의) 소통 방식을 버렸다. 복지부 장관 등이 우리와 협의 안 된 필수의료 조항들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정정할 경우,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의협 측이 불합리하다고 여기는 필수의료 정책으로는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사망사고 및 미용·성형을 제외한 제한적 특례적용 범위 △개원면허 및 면허갱신제 도입 △미용의료 분야 시술 자격 개선 검토 등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협의체에서 협의 안 된 것을 따로 발표하는 데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는 것이다. 정부가 잘못된 것들을 시정하고 진심으로 협의체를 진행한다면 언제라도 (논의를) 재개할 생각이 돼 있다"고 부연했다.

복지부는 이날 오후 2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논의한 후 구체적인 확대 규모를 발표할 예정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