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잡자"…삼성전자, 천안 패키징 사업장 추가 투자 나섰다

이사회서 천안 투자 안건 가결…TF 조직도 꾸려
반도체업계, 후공정 기술 고도화 '집중'…TSMC·SK하이닉스도 증설나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8월6일 삼성전자 천안사업장 내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2019.8.6/뉴스1 ⓒ News1

(서울=뉴스1) 노우리 기자 = 삼성전자가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기지인 충남 천안에 투자를 확대한다.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결단이다.

후공정은 반도체 칩을 탑재할 기기에 맞는 형태로 만드는 기술 및 공정을 총괄하는 개념이다. 반도체를 단순히 ‘포장’하는 것을 넘어 고급 반도체 개발과 고객 유치를 둘러싼 핵심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와 TSMC 등 반도체 업계가 자체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는 지난 4월과 6월에 각각 ‘TSP 총괄(천안) 투자의 건’과 ‘천안단지 투자의 건’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경영위원회는 한종희 DX사업부문장(부회장), 경계현 DS사업부문장(사장),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 박학규 경영지원실 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등 총 5명의 사내이사로 구성돼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말 패키지 제조·연구조직을 통합해 TSP(Test&System Package) 총괄조직을 신설한 이후 2019년 패키징 주요 기술 중 하나인 PLP(Panel Level Package) 사업부를 삼성전기로부터 인수하며 후공정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패키징 전용 생산라인은 충남 온양과 천안, 중국 쑤저우 등 총 세 곳에서 운영 중이다. 천안 후공정 라인은 2018년 온양사업장 포화로 인해 삼성전자 DS사업부가 삼성디스플레이의 5세대 LCD 생산라인을 임대받는 형식으로 꾸려졌다. 최근 들어 사업 물량 및 인력, 대응해야 할 고객사 수가 늘어나면서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에는 후공정 기술 고도화를 위한 ‘어드밴스드 패키징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경계현 사장 직속 조직이다. 박철민 메모리사업부 상무를 주축으로 고급 후공정 기술 고도화와 고객사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결정과 조직 결성이 비슷한 시기 이뤄진 건 회사 차원에서 그만큼 후공정 기술 개발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과거 반도체 후공정은 기술 난도가 높지 않고 과정이 단순해 외주를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차세대 반도체가 지녀야 할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로 첨단 패키징이 떠올랐다.

초미세공정 기술이 10㎚(나노미터=1억분의 1m) 아래로 진입하며 개발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 상황에서, 후공정 기술을 강화하면 같은 선폭에서도 더 뛰어난 성능의 반도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로직 칩과 HBM(High Bandwidth Memory)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현한 2.5D 패키징 기술 ‘아이큐브’, 여러 개의 칩을 수직으로 쌓는 3D 패키지 기술 ‘엑스큐브’(X-CUBE) 등을 중심으로 후공정 사업을 진행 중이다.

후공정 사업 강화는 삼성전자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 전반에서 이뤄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미국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위한 부지를 선정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는 후공정 분야에서 일본 등에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고, 인텔도 미국과 아시아·유럽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후공정 시장은 2020년 488억달러에서 2025년 649억달러(약 8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we122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