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홈플러스 해명, 믿을 수 있나…의문 해소 '역부족'

회생 신청 배경, 정산 계획 등…MBK파트너스 위주 설명
같은 해명 반복만 해선 안 돼…회생 과정 구체적 밝혀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자 홈플러스 대표.(홈플러스 제공).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자 홈플러스 대표.(홈플러스 제공).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지난 4일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며 수많은 협력업체와 입점주, 개인·기관 투자자들의 피해를 양산한 홈플러스가 열흘 만인 14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홈플러스는 지속된 적자를 유지해 왔으나 과거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와 달리 부도 직전의 위기를 맞은 상황도 아니었고, 상품 결제 등 채무 변제에 있어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갑자기 기업회생을 신청해야 했는지 그 배경을 두고 유통·금융업계에선 숱한 의혹이 쏟아졌다.

홈플러스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갑작스러운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단기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선제적'인 회생 신청으로 부도를 막았다는 게 홈플러스, 더 정확히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주장이다.

간담회에선 회생 신청으로 MBK파트너스가 얻을 게 없고, 오히려 '대주주의 권리를 희생시키는 결단'을 내렸다고도 했다.

하지만 해명은 더 많은 논란을 낳았다. 우선 "최근 영업실적이 좋았기에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해명의 첫 부분부터 의구심을 자아냈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홈플러스가 적자로 전환한 시기부터 줄곧 회복할 가망이 없을 것이란 판단하에 신용등급을 계속 하락시켜 왔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하락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갑자기 금융채무가 동결되는 내용의 회생 신청을 했다면, 직전에 왜 채권을 발행했으며, 그 어음·채권을 산 채권자들의 피해는 생각하지 않은 것인가.

회생절차 개시로 정산받아야 할 1월 대금이 밀리는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금융 채권자들의 변제는 이뤄질 수 있긴 한 건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자 마치 고구마 줄기처럼 파생된 의문들이 줄줄이 생겨났다.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3.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3.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역시나 이날 1시간짜리 간담회만으로 열흘간 불거진 모든 의혹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동안 홈플러스에서 냈던 반박 보도자료에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말로 설명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의혹은 계속 증폭되고 있다. 김 대표가 간담회에서 "매각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말한 지 3시간 여 지난 시점, 한 언론은 입수한 MBK파트너스의 회생계획안을 공개하며 회생절차를 통해 일부 점포 및 슈퍼마켓 사업부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 보도했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MBK파트너스가 직접 나서 회생절차의 전후 모든 과정을 관계된 모든 증권사 등 채권자들은 물론 협력업체, 입점주과 함께 최대한 구체적으로, 또한 공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날짜가 밀린 다른 채무자들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며 14일까지 마련하겠다는 정산 계획마저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행보, 제한된 시간 내 그저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해명만으로는 찝찝함만 남길 뿐이다.

y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