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인정한 K-장문화…식품업계 "韓 장류 우수성 알릴 것"

장 담그기 문화, 23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탈춤 이후 2년만
라면·만두 중심 K푸드 열풍 장문화가 이을까…"지속가능 식품으로 호평"

3일(현지시간)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제19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카몰 무카타로브로 부의장이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선언하고 있다.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는 공동체의 평화와 소속감을 조성하고, 문화다양성 증진에 기여함을 인정받아 한국의 23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2024.12.4/뉴스1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한국의 장(醬)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K-푸드가 글로벌 무대에서 한단계 더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 그간 가공식품 위주로 알려졌던 K-푸드의 이미지를 전통 발효식품으로 확장해 한국 식문화의 깊이와 다양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각)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제19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장 담그기 문화'가 한국의 23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됐다. 지난 2022년 '한국의 탈춤' 이후 약 2년 만에 등재된 한국의 무형문화유산이다.

그간 K-푸드는 라면·만두 등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어왔다. 라면과 김은 간편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해외 소비자들에게 K-푸드를 친숙하게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번 장 담그기 문화의 유네스코 등재는 이를 넘어 전통 발효식품과 한국 고유의 발효 기술 등 한국 음식 문화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실제 장은 단순한 음식 재료를 넘어 한국인의 지혜와 삶의 방식을 담은 문화적 유산이다. 과거 신라 왕실에서도 폐백 음식으로 사용될 만큼 중요했던 장은 오늘날에도 다양한 한국 요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현대에 이르러서 장은 건강 효능과 고유의 맛을 통해 지속가능한 식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 장류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국내 식품 기업 3사 CJ제일제당·샘표식품·대상도 '장 담그기' 문화의 유네스크 등재를 반기고 있다. '해찬들' 브랜드를 앞세워 국내 고추장과 된장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장 담그기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등재로 한국 장류의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K-컬처와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맞물려 글로벌 시장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간장 브랜드 '샘표 진간장'을 앞세워 장류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샘표식품도 전 세계에 다양한 장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샘표는 한국 식문화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을 선보이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장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청정원 순창 고추장으로 장류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는 대상 역시 한국 장류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린다는 목표다. 대상 관계자는 "앞으로도 대상은 전통 장류 대표 기업으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우리나라 장과 장 담그기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 담그기 문화의 전통성을 유지하면서도 발효식품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해외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춘 마케팅 전략과 제품 개발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유네스코 등재는 단순히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것을 넘어 전통 장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기회라는 설명이다.

16년 동안 한식을 연구하는 있는 요리 전문가 최정윤 샘표 우리맛연구중심 헤드 셰프(실장)도 지난달 28일 샘표 본사에서 열린 유네스코 등재 기원 특강에서 "장의 미래를 고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장의 본질'이 흔들린다는 걱정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외국인 또는 우리의 다음 세대가 우리 장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