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그룹 회장 구속, 사법 리스크 현실화

이탈리아 등 유럽 진출 지연될 가능성 커져
미국 시장 확대도 문제…예비 가맹점주들 이탈 가능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의 모습. 2023.10.3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이호승 이형진 기자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를 받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5일 새벽 구속되면서 글로벌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SPC그룹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며 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허 회장이 구속되면서 SPC그룹의 글로벌 사업이나 신규 투자 등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허 회장이 구속되면서 당장 파리바게뜨의 이탈리아 진출이 차질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허 회장은 지난달 24일 방한한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의 CEO이자 창업주 3세인 마리오 파스쿠찌와 이탈리아 내 파리바게뜨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SPC그룹은 이탈리아 진출을 위해 1년을 애를 써왔다. 이탈리아는 영국·프랑스에 이어 파리바게뜨가 유럽 내 3번째로 진출하려는 나라다. 중요한 의사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 시점에 허 회장이 구속되면서 이탈리아 진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탈리아는 유럽 전체 시장의 확대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야 하는 주요 국가이기 때문에 이탈리아 진출이 좌절된다면 파리바게뜨의 유럽 시장 진출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시장도 제동이 걸린다. 미국 현지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선 프랜차이즈 공개문서(FDD)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FDD에는 본사 경영진의 법적 소송 케이스 등을 포함해야 하는데, 예비 가맹점주들에게 허 회장의 구속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2024년 4월 기준 미국의 파리바게뜨 점포는 160여개로, 이중 가맹점 비율은 80% 이상이다.

중동 시장 공략도 어려워질 수 있다. SPC그룹은 올해 하반기 말레이시아 할랄 인증 제빵공장 완공을 기점으로 동남아시아와 중동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이후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협의 과정이 필요한데, 허 회장의 구속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이탈 등으로 중동 진출 계획이 무산되거나 백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사업도 우려는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기준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파스쿠찌 등 주요 브랜드 가맹점은 6191개에 달한다. 허 회장의 구속으로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다면 매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 등 대대적인 투자나 해외 기업과 협업은 통상적으로 오너 리더십 없이는 추진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태가 K-푸드의 해외 확산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yos54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