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광고할 생각 없다" 요즘 車회사가 고객에 다가서는 방법

현대차 첫 제작 영화 손석구 주연 '밤낚시' 개봉…아이오닉5, 카메라로 출연
보수적인 車 업계, 전통적 마케팅에 변화…"보수적일수록 대비효과 커"

현대자동차는 11일 전기차 충전소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한 사건을 자동차의 시선에서 다룬 현대차의 첫 단편 영화 '밤낚시'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제공) 2024.6.11/뉴스1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브랜드가 대놓고 떠드는 것에 대한 관심도가 없다."

지난 11일 현대자동차(005380)가 처음 제작한 배우 손석구 주연의 단편영화 '밤낚시'를 공개하며 지성원 현대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전무)이 한 말이다.

현대차가 제작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는 아이오닉5의 온전한 모습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아이오닉5는 주행용으로 장착된 디지털 사이드미러, 빌트인캠 등이 고정된 카메라 용도로만 쓰이는 철저한 조연이다.

지 본부장은 "멋진 자동차의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었으면 멋진 제품 광고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석구도 "(현대차가) 흔쾌히 오히려 민망할 정도로 (그렇게) 해도 좋다고 해서 가능했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이같은 콘텐츠를 늘리겠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계획이다.

밤낚시는 14일 개봉해 23일까지 전국 CGV 주요 15개 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10여분의 짧은 상영 시간에 티켓 가격도 1000원으로 책정해 문턱을 대폭 낮췄다.

미래 모빌리티로 향하는 길목에 서있는 완성차 업계가 잠재 고객인 MZ세대에 맞게 마케팅 수단도 변화를 주고 있다. 전통적인 광고의 효능감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오토에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현대오토에버(307950)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은 최근 SNS 채널에서 단기간 내 큰 인기를 끌며 주목을 받고있다. 이 계정은 현대오토에버를 직접 알리기보다는 MZ세대 사이에서 인기있는 밈(인터넷 유행어)을 활용해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재밌게 그린다.

예컨대 고양이가 말하는 유명 밈을 활용해 개발자 사이의 유머나 개발자에 대한 선입견을 우스꽝스럽게 보여주는 식이다. 담당자가 현대오토에버의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이용해 "오토바이 파는 회사 아닙니다"라는 표현을 쓰면 댓글창에는 '오토바이'를 활용한 재밌는 댓글들이 달린다.

한 마케팅데이터 분석가는 비즈니스용 SNS 플랫폼인 링크드인에 충주시 유튜브의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을 예시로 들며 "보수적인 회사일수록 B급 감성 마케팅이 먹힌다. 대비효과가 확실히 커진다"고 분석했다.

유튜브 채널십오야 캡처

과거 완성차 업계의 PPL이 주로 드라마, 예능, 영화에 집중됐다면 MZ세대들이 주로 쓰는 SNS를 겨냥한 PPL도 나온다. 최근 나영석 PD의 유튜브 예능 '지락이의 뛰뛰빵빵'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준대형 SUV인 GLE450 4매틱이 등장한다.

20대인 그룹 아이브의 안유진, 30대 방송인 이은지가 막 면허를 딴 후 고가의 벤츠 준대형 SUV를 운전하며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해내는 모습이 MZ세대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직장인 신모(26) 씨는 "지락실을 보고 자극을 받아 운전면허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초 유튜브용으로 기획된 예능이다 보니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역시 PPL을 협의하는 단계에서는 예능이 TV로 송출되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벤츠 관계자는 "지락이들이 다함께 여행을 가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패밀리카인 GLE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차체가 크지만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를 비롯한 주행보조시스템이 탑재돼 초보 운전자도 안정적으로 운전할 수 있다"고 차량을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