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동맹]④차세대 배터리 권력은 '전고체'…완성차업체들이 노린다

글로벌완성차 '전고체 배터리' 개발 투자·협력 동맹 강화
2025~2030년 상용화 시점 전망은 엇갈려…난제 수두룩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권혜정 이형진 기자 =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전기차의 심장 '배터리'가 완성차 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로 등장했다. 전기차 선두업체로 자리잡기 위해선 배터리의 안정적인 조달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완성차업체들은 차세대 배터리로 '전고체 배터리'를 낙점하고 합작사 설립과 독자 개발 등에 막대한 투자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화재와 폭발 위험이 적어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부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릴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아이디테크엑스(IDTechEx)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1년까지 8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20조원 이상으로 시장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 양산·상용화에 필요한 높은 기술 수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시장 장악력 등을 고려했을 때 2025~2030년으로 전망되는 전고체 배터리의 본격적인 상용화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넘어야할 기술적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 '전고체 배터리' 차세대 배터리로 낙점…투자·협력 동맹 강화

1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대부분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서 기존 배터리사와의 합작사 설립, 내재화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선두에 있는 업체는 일본 도요타그룹이다. 도요타는 지난 2008년부터 파나소닉과 공동 개발에 나서는 등 일찌감치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해에는 전고체 배터리 프로토타입을 세계 최초로 공개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도요타는 2030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생산과 개발에 16조원을 쏟아 부어 2025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도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기도 하다.

폭스바겐그룹도 전고체 개발 전문 기업 노스볼트, 퀀텀스케이프 등과 손을 맞잡았다. 두 회사 모두 2025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협력사들과 함께 2030년까지 유럽에 6개의 기가팩토리를 건설해 연간 최대 240GWh까지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에 대해 2025년 시범 생산, 2030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전고체 배터리 기업 팩토리얼 에너지와 전고체 배터리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하고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혼다는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장기 프로젝트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전고체 배터리를 GM의 전기차 플랫폼인 '얼티엄'에 적용할 예정이다. 혼다는 "10년 내 전고체 배터리를 실용화해 전기차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포드와 BMW는 SK온과 함께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솔리드 파워에 1억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포드는 올해 시험용 전고체 배터리를 인도받고 BMW와 함께 2025년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시제용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볼보도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인 노스볼트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2025~2030년 1000km 주행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스텔란티스와 함께 팩토리얼 에너지와 기술 상용화 계약을 맺고 5년 안에 일부 제품의 상용화 계획을 잡았다. 올해 1월에는 대만 전고체 배터리 스타트업 프로로지움 테크놀로지와 기술 협력을 맺고 2026년 일부 양산모델에 적용할 계획을 세웠다. 르노그룹도 동맹사인 닛산과 함께 2024년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 시험 생산, 2028년 출시 계획을 내놨다.

◇ '전고체 배터리'에 꽂힌 이유는…주행거리 늘리고 폭발 위험 적어

완성차 업체들이 전고체 배터리에 '꽂힌' 이유는 뭘까.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해질이 고체로 된 2차 전지(충전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지)로 에너지 밀도가 높으며 대용량 구현이 가능하다. 또 전해질이 불연성 고체라 발화 가능성이 낮아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2차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액체 전해질이어서 에너지 효율은 좋지만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고 전해질이 가연성 액체라 고열에 폭발할 위험이 높다.

전고체 배터리는 또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으며 충전 시간도 짧다. 대용량 구현도 가능해 완전 충전할 경우 전기차의 최대 주행거리를 800km까지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성공한 기업이 없고, 배터리 규격 국제 표준화와 수명 예측 기술 개발 등이 필요해 상용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초 중국 둥펑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펑성 E70'을 출시했다고 했으나 이는 '반고체 배터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겉면을 고체 분리막으로 감쌌을 뿐, 내부에는 여전히 액체 전해질을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료사진) ⓒ News1 성동훈 기자

◇ 2025~2030년 상용화? 엇갈리는 전망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 배터리의 미래이며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상용화를 위한 높은 기술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시장이 전망하는 2025~2030년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전고체 배터리가 차세대 배터리라는 점에는 모두 의구심을 갖지 않는 분위기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 전고체 배터리의 장점 등을 고려했을 때 전고체 배터리가 분명한 대체재라는 이야기다. 권용주 국민대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화재·폭발 위험 등이 현저히 낮고 효율성이 좋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맞다"며 "기존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경우 위험성이 높아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기능들이 필요해 전기차에 해당 기능과 부품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많은데,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배터리의 '에너지 저장 기능'만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 용량을 담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까지 우리나라의 경우 앞으로 7~8년, 일본은 5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의 프로토타입은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태로, RC카 데모 버전 정도로는 운영이 가능하다"며 "(개발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로서의 퍼포먼스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경우 5년, 일본은 3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나아가 (전고체 배터리의) 본격 양산을 위해서는 한국은 7~8년, 일본은 5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완성차 업체와 기존 배터리사와의 합작사 설립은 물론 특히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 앞서 있는 일본과의 기술 제휴 등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시점 등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고체 배터리의 본격 양산·상용화에 필요한 높은 기술 수준을 감안할 때 2025~2030년의 상용화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권용주 교수는 "전고체는 고체 물질로, 전자가 저항 없이 통과할 수 있는 고체 물질 자체를 찾아야 한다"며 "이 물질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운 기술인데, 업계에서는 여전히 이 물질 찾기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업체의 경우 해당 물질을 찾아내긴 했으나, 전자가 이동하더라도 (전기차의 출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고는 할 수 있으나 상용화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오랜 시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 온 만큼, 해당 물질을 찾긴 하겠으나 이르면 2025년이라는 상용화 시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완성된다 하더라도 이제 막 전세계적인 대대적 증설을 마친 리튬이온 배터리의 시장 지배력은 미래에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며 "신기술이 나오더라도 극복할 것이 많고, 가격적인 측면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