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환율' 일단 진정…금융권도 안도의 한숨
새벽 1446원까지 솟구친 환율…1410원대로 주간 거래 마감
'단발성 이슈'로 인식하고 진정 국면…'정치적 불확실성'은 변수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요동쳤던 달러·원 환율이 진정세를 찾는 분위기다. 당초 정국 불안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로 추가 환율 상승이 예상됐으나 시장에서 '단발성 이슈'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환율도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무섭게 치솟는 환율에 놀란 금융권도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환율이 급등하면 원화 가치의 하락으로 금융사는 건전성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향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환율이 추가로 뛰어오를 가능성도 있어 금융당국도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7.2원 오른 1410.1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2022년 11월 4일 1419.2원 이후 2년 1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정국 불안에 따른 원화 리스크로 달러 강세가 이어졌지만 이날 새벽 장중 1446원을 넘어서면서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던 것에 비해서는 진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환율은 이날 오전 9시 출발점인 1419.0원보다도 9원 가까이 하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어제의 이슈는, 어제 이슈로 끝나는 모습"이라고 본다. 지난밤 달러·원 환율은 계엄령 선포에 따른 국회 폐쇄 직후 1440원 중반까지 치솟았다가 비상계엄 해제 후 1410원 후반까지 떨어졌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 임원은 "일단은 상황 종료라고 봐야 할 것 같다"며 "시장 변동성은 확대되겠지만 환율이 갑자기 크게 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서둘러 금융시장 비상 안정 조치를 발표한 것도 추가 환율 상승을 억제한 요인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을 최대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계엄발 환율 쇼크'에 놀란 금융권도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환율 급등은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BIS 비율'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급등하면 위험가중자산도 함께 증가하기 구조라 건전성이 악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사가 건전성 지표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대출 제한'이다. 실제 최근 한 은행은 환율이 1400원대를 웃도는 '강달러'가 이어지자 건전성 관리를 위해 기업대출을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급등하면 대출 물량을 받아줄 수 있는 여력이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당장 롤러코스터식 환율 변동은 사그라들었지만 안도하긴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 흐름이 이어지면서 당분간은 환율 상방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시장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나 향후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해 매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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