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비상계엄' 사태 불안 해소 주력…증시·환율 최악은 피했다

김병환·이복현, 일정 취소하고 긴급 회의 개최…"필요시 모든 조치"
증시 정상 개장·금융사 정상 영업…'놀랐던' 증시·환율은 진정세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협회장들과 간밤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관련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2024.12.4/뉴스1

(서울=뉴스1) 김현 박승희 김도엽 김근욱 기자 = 금융당국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의 여파에 따른 자본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주력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이날 예정된 일정을 취소한 채 긴급 회의를 개최하고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할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집중했다. 증권 및 외환 시장은 다소 진정세를 보이며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다.

김병환, 일정 취소하고 긴급 회의 주재…"모든 조치 신속 단행"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각 금융권 협회장 및 유관기관장 참여한 가운데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김 위원장은 당초 원스톱청년금융 컨설팅 현장방문,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우수사례 발표대회 방문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모두 취소했다.

이날 회의에선 시장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과제를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정책금융기관, 금융유관기관, 금융협회들과 함께 금융시장의 불안 확산을 방지하고 금융시장이 정상적·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렸던 '긴급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선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 위원장은 이를 위해 10조원 규모 증권시장안정펀드 등 증권시장 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총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채권·자금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김 위원장은 또 "금융회사의 외화건전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증권금융을 통한 외화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환율 상승에 따른 마진콜 위험 등에도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정부와 관계기관은 금융시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시장안정을 위한 모든 조치를 신속히 단행할 것"이라며 "국민들께서도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각 금융사에 '금융전산분야 비상대응체계 강화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 비상계엄 이후 혼란한 상황을 틈타 금융권 전산망에 대한 외부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권이 대비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간밤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관련 긴급 거시경제 금융현안 간담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참석했다. 2024.12.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복현, 확대 금융상황 점검회의…"철저한 위기대응 태세 갖춰달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오전 금감원 전(全) 임원이 참석한 '확대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회의에서 "시장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나 향후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모든 부서가 각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철저한 위기대응 태세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해 매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이상징후 탐지 시 관계기관과 공조해 필요한 모든 안정 조치를 실행할 것을 지시했다.

또 금융권 외화조달 여건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금융사별 외화유동성 변동 추이를 밀착 점검하는 한편, 외은지점 등 해외 투자자들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우량한 대외건전성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을 당부했다. 또 금융애로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필요시 대출 만기연장, 상환유예 등 신속지원 프로그램 등도 지원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특히 "투자자들의 불안심리에 편승한 허위·풍문 유포행위에 대해 증선위, 거래소, 검찰 등과 긴밀히 협조해 엄정 대응하라"고 강조했다.

증권·외환 시장, 예상보다 변동성 크지 않아…최악은 피했다

금융당국 이끌고 있는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의 이같은 진화 노력에 증시와 외환시장은 예상보다 변동성이 크지 않았다.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다. 당초 이날 증시는 정상 운영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7시부터 간부회의를 가진 뒤 정상적으로 개장하기로 결정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에 확대되면서 모두 하락 마감했지만, 낙폭은 크지 않았다. 코스피는 전날 대비 36.1p(-1.44%) 하락한 2464.00으로, 코스닥은 전날 대비 13.65p(-1.98%) 하락한 677.15에 각각 장을 마쳤다.

달러·원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 1410.1원을 기록하며 하락(7.4원) 마감했다. 전날 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장중 한때 15년8개월만의 최고치인 1446.5원까지 급등했으나, 1417.5원으로 마감했다.

다만 외국인들이 이날 증시에서 4078억원을 팔아치우며 국내 증시를 떠난 것은 우려 요인으로 지적된다.

은행 등 주요 금융사도 이날 정상적으로 영업을 이어갔다.

주요 금융지주·은행은 이날 오전 일제히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지주 회장들이 각각 직접 회의를 주재, 리스크를 점검하고 내부통제 및 대응태세 강화를 주문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우려가 크긴 했지만 현재까진 고객들이 대량 인출을 하려 하는 등 평상시와 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