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카세' 김미령 "'흑백요리사' 후 예약 전화만 하루 수백통"
[N인터뷰]①
- 안태현 기자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지난 18일 금요일 오후 3시, 김미령 셰프(49)가 운영하는 서울 도봉구 창동의 '즐거운 술상'은 2시간 뒤부터 가게를 찾을 손님들을 맞을 준비에 분주했다. 당일 손님들에게 내놓을 밑반찬들을 준비하고, 야채들을 손질하는 김미령 셰프의 손은 쉴 틈 없이 움직였고, 테이블에는 이날 방문하기로 예약한 20명의 손님들을 위한 식기들이 정갈하게 놓이고 있었다.
김미령 셰프의 또 다른 이름은 '이모카세 1호'다. 지난 8일 전 회차가 공개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이모카세 1호'라는 별명을 가지고 흑수저 요리사로 등장했기 때문. 프로그램 속에서 김미령 셰프는 '고등어 어탕국수', 직접 구운 김 등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 최종 6위에 오르면서 100인의 셰프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10대의 나이 때부터 어머니가 운영하던 경동시장의 '안동집 손칼국시'의 일을 도우며 요리를 시작한 김미령 셰프. 20대 때부터 어머니의 뒤를 이어 국숫집을 운영해 온 김 셰프는 현재 '안동집 손칼국시'와 '즐거운 술상'을 운영하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흑백요리사' 출연 후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김 셰프는 방송 출연보다 자신의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이 먼저라는 생각이다.
본격적으로 '즐거운 술상'에 손님들이 방문하기 전, 뉴스1이 김미령 셰프를 만났다. 잠시 칼을 손에서 놓은 뒤 자리에 앉은 김 셰프는 이 자리에서 '흑백요리사'의 출연 계기와 더불어 자신의 요리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흑백요리사'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
▶처음에는 안 하겠다고 했다. 제가 '즐거운 술상' 외에도 식당이 또 하나 있다. 저는 따로 주방장을 두고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직접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흑백요리사'에 출연하게 되면 가게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안 하겠다고 얘기를 했다. 그런데 이후에 PD님이나 작가님들이 계속 찾아와 주시고 하니 나중에는 도저히 미안해서 거절을 못하겠더라. 그래서 참가를 하겠다고 했다.
-백수저와 흑수저로 나뉘어 있는 콘셉트였는데, 흑수저로 나오게 된다고 했을 때는 어떤 생각이었나.
▶저는 처음 촬영하러 갔을 때 흑수저, 백수저로 나뉘게 된다는 것도 몰랐다. 그냥 요리하는 프로그램 정도라고만 알았는데 그 정도 규모의 서바이벌인지도 모르고 갔다.(웃음)
-그렇다면 처음 백수저 분들이 등장했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나.
▶정말 깜짝 놀랐다. 당일에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알았으니깐. 그래서 백수저분들이 딱 나오시는데 워낙 유명하신 분들이니깐 정말 놀랐다. TV 틀면 나오시는 분들이니 더 그랬다.
-매 라운드마다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야 했는데, 그 준비 과정은 어떻게 됐나.
▶냉장고를 열어보고 식재료를 확인한 뒤 하는 건 준비시간이 있었지만 나머지는 당일 스튜디오에 가서 알았다. 그 안에 주방 시설이 다 돼 있지 않나. 팬트리도 있으니깐 미션을 주면 거기 뛰어가서 필요한 거 가지고 요리하는 형식이었다. 무슨 미션을 줄지는 정말 전혀 몰랐다.
-2라운드 블라인드 미션에서 고등어 어탕국수를 선보여서 2대0의 결과로 승리를 거뒀다. 고등어 어탕국수를 준비한 이유가 있었나.
▶보통 고등어라고 하면 한국 요리 중에 고등어구이 아니면 고등어 무조림을 생각한다. 그건 너무 일반적인 것 같았다. 저는 충청북도 사람이고 어머니는 경상도 분이신데, 저희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산 밑 냇가에서 고기를 잡아 오시면 민물매운탕을 굉장히 많이 먹었다. 그쪽 지역 특성상 그런 걸 먹다 보니깐 그 생각이 딱 들더라. 그래서 고등어도 어차피 생선이니깐 어탕국수로 하면 괜찮겠다 싶어서 그걸 생각을 했었다.
-4라운드 혼합 팀전 레스토랑에서 알밥과 함께 나온 김이 굉장히 많은 호응을 얻었는데, 김을 굽는 것에 대한 노하우가 있었나.
▶저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항상 구워서 김을 주셨고, 저도 아이들 키우면서 직접 집에서 구워서 먹이고는 했다. 요즘에는 사실 구워서 김을 먹는 사람이 거의 없지 않나. 조미김이 워낙 잘 나오니. 근데 저는 어렸을 때 엄마가 구워주시던 그 김의 맛, 또 저도 아이들에게 김을 구워서 먹여 키웠기 때문에 김을 하게 됐다.(웃음)
-'흑백요리사' 공개 후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도 김에 대해 많이 궁금해할 것 같다.
▶많이들 궁금해하신다.(웃음) 제가 '흑백요리사' 나가고 난 뒤 예약 문의가 되게 많으신데 저는 예전과 변함없이 하루에 딱 20분만 가게에 모신다. 1부, 2부도 없다 보니깐 아무래도 예약을 하기가 힘들다. 하루에 20분만 모시는 데 전화는 하루에 몇백통씩 오니깐. 그렇게 힘들게 예약하고 오시는데 이분들한테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오시는 분들에게는 요즘 김을 그 자리에서 바로 구워서 드리고는 한다.
-'흑백요리사' 촬영 후 이렇게까지 전 세계적인 호응을 얻을 거라고 예상했나.
▶이 정도까지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근데 처음에 스튜디오에 딱 들어갔는데 규모가 굉장하더라. 그래서 이건 그냥 웬만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까지 폭발적으로 전 세계적인 1위를 할 정도인지는 몰랐다.
-백종원, 안성재 심사위원의 심사를 보면서 느낀 점도 있었나.
▶너무 신기했다. 진짜 음식에 들어가는 향신료가 뭐가 들어갔고, 어느 정도 익혔고, 그런 걸 딱 집어내시는 데 정말 놀랐다. 두 분이 그렇게 음식 관련해서 높은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건 다 이유가 있다는 걸 느꼈다.
-만약 시즌2에도 제안이 온다면 나갈 생각이 있나.
▶저는 연락이 오더라도 안 하려고 한다. 저는 이제 제 위치로 돌아와서 식당 잘 운영하면서 오시는 손님들 반겨서 따뜻한 음식을 내놓고 싶다. 이번에 '흑백요리사'에 나가면서 굉장히 동기부여도 됐고 마음가짐도 다시 잡게 됐다. 그래서 저보다 한참 어린 젊은 셰프들에게 그 자리를 양보해 주고 싶다. 저에게는 엄청 좋은 기회였기에 다른 세프들에게도 그 기회를 주고 싶다.
<【N인터뷰】 ②에 계속>
tae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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