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린 시총만 80조…'계엄 지진' 한달, 무너지는 한국경제

외국인 투자자, 국채선물 3년來 최대 순매도…카드이용액 3.1%↓
"정치혼란 길어지면 금융위기 가능성 커져…경제에 집중해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지난달 4일 새벽 무장 계엄군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세종=뉴스1) 김유승 강수련 기자 =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달간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막대한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주식 시장에선 작년 연말 기준 83조 원에 이르는 시가총액이 증발했으며, 외국인 투자자의 국고채 보유액도 3조 원 줄었다. 소비 심리는 코로나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계엄 직전인 작년 12월 3일 2500.10이었던 코스피 지수는 12월 30일 2399.49로 4.0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연말(12월 30일)을 기준으로 계엄 이후 증발한 시가총액만 82조 9322억 원에 달한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7일 미국발 반도체 훈풍 등에 힘입어 2492.10까지 회복했으나 여전히 계엄 이전보다 낮은 수준이다. 통상 연말 랠리로 활기를 보여야 할 주식시장이 비상계엄으로 한 달 넘게 정체하는 셈이다.

비상계엄 후폭풍은 국채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재정당국에 따르면 작년 12월 외국인 투자자의 국고채 보유액은 약 3조 원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선행지표인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비상계엄 직후인 4일부터 12월 한 달간 국채(선물3~30년물 기준)를 18조 7131억 원 팔아 치웠다. 이는 지난 2021년 9월(21조 3513억 원) 이후 최대 순매도액이다.

1300원대 후반~1400원대 초반에 형성됐던 달러·원 환율은 계엄 직후 1430원대를 찍었고, 국회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1480원 선까지 치솟았으며 이후에도 1450원대 안팎의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작년 12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56억 달러로 한 달 전보다 2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당국이 환율 변동성을 줄이고자 시장 개입에 나섰던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증가세가 나타난 셈이다. 하지만 연말 기준으로는 5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로 줄어 상황이 낙관적이지는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소비심리도 크게 얼어붙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7~13일) 전국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전년 대비 3.1% 줄었다.

이 시기는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소추안(12월 7일)이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뒤 2차 탄핵안(14일) 가결 전까지의 기간이다. 정국 혼란이 소비 심리를 얼어붙게 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오락·스포츠 및 문화(-7.4%), 숙박 서비스(-7.1%), 음식 및 음료서비스(-4.5%) 소비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작년 12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p) 하락했다. 이러한 하락 폭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3월(-18.3p)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치적 혼란이 길어지면, 금융시장에서 주가가 내려가고 환율이 오르면서 외환위기 위험이 커지고, 실물 시장에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금융 부실이 늘고 금융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계엄 사태 이후의 일련의 과정은 일어날 필요가 없는 일들로, 경제에 주는 부담이 매우 크다"며 "이럴 때일수록 여야가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경제 문제에 관해선 하나라는 점을 대외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kys@news1.kr